시립다는 생각이 온 몸에 찬물을 확 끼얹은 것처럼 느껴지는군요.
때아닌 눈과 때아닌 추위가 유난한 올 봄은
또 때아닌 탄핵정국으로 몸서리를 치는군요.
여기저기 자지러지듯 불붙고 있는 열띤 논쟁들을 지켜보면서
한편 우울과 한편 근심과 한편 그래도 한걸음 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내달림이라는 위안을 해도 보았지요.
오늘아침 어떤이가 이런 논평을 하더군요.
빨강과 하양의 양극단으로 치달았던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벌써 잊었느냐고요.
그 양극논리로 얼마나 무수한 생명들을 앗아갔느냐고요.
퍼뜩 정신이 들대요.
아, 그래. 우리에게 그런 무서운 과거가 있었는데
나부터도 너무 불길을 키우는데만 정신을 쏟다보니
그 불길에 모두가 다 홀랑 타버릴 수 있다는 걸 외면했구나.
아찔한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 그 불길에 덴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고 어디 그뿐인가요.
동강난 허리로 부끄러운 줄 모른채
역사를 외면하려 했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물론 분명하게 밝혀내야겠지요.
그러나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라는
극단적인 논리로 흘러서는 안되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도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를
우리는 항상 가져야겠습니다.
그래야 벼랑끝으로 우리 자신을 내모는
그런 어리석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운 싸움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마음과 마음의 결집임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민주를 향한 고지를 눈앞에 둔
백미터달리기의 마지막 피치일 수 있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