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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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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와 클라리넷


BY 하얀새 2004-03-14

  힘겨운 하루가 짓누른 어깨는 땅으로 스며 들고 싶어 안달을 하고 그 어깨를 지탱해야 하는 두 다리는 후들거리는 퇴근길의 도로를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양 떨어지기 못미더워 포도 위에서 끌리고 있을 때,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클라리넷 소리에 열린 귀는 화들짝놀라 두 눈이 동그래 졌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일까?
 왕복 8차선의 4거리 도로에서 이런 소리가 울려 나오리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환청이 들리는 것이려니 그런데 왜 클라리넷 소리가 들릴까? 이건 누군가가 늦은 밤 집안에서 연습을 못하고 밖에서 연습을 하는것일테지... 그런데 이렇게 추운날 밖에서 이런 연습을 할 정도이면 입시생일까? 그럼 집에서 다른 조치를 취해 주었을 텐데.. 왜? 의문의 꼬리는 그렇게 길게 이어지고 눈은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다 포장마차앞을 지나치는 중 포장마차의  여주인과 눈이 마주치면서 순간 소리가 튀어  나오려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포장마차 안은 손님들이 막 빠져 나갔는지 오뎅을 꿰어 찼던 길다란 대꼬챙이는 널부러져 있고 여기저기 엎드려 자는 컵 반듯하게 놓여진 컵 간장이 뚝뚝 떨어진 흔적......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솥과 호떡을 만들었던 불판에 기름은 아직도 자르르 흐르고 있었는데 주인 여자는 두텁게 껴입은 옷자락이 열어 질까?  허리도 끈으로 둥둥 감아둔체 클라리넷을 불고 있었던 것이었다.  손가락은 떡뽁이의 옷처럼 붉은 기운이 감돌아 자칫 클라리넷을 떨어뜨리면 어떻하나 싶을 정도 였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삶은 저렇게 사는거야 저렇게 자기가 추구해가며 자신을 꼿꼿이 세워 가며 사는 것일꺼야 그런 생각이 들면서 포장마차 입구를 벗어나 클라리넷 연주가 끝날 때 까지 단 한사람의 청중이 되기로 생각하며 걸음을 멈추었을 때 클라리넷 소리는 끊어지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어? 그게 뭐에요"
"네... 조금 배웠는데 손님 없을 때만 잠깐씩 연습하는 거에요"
두런두런  손님과 이야기 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포장마차에서 멀어질 수 록 마음은 그곳에 머무는 듯한 느낌으로 그 여자의 편안한 모습을 떠올리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은 가벼워져 있었다.
내가 느끼는 어깨의 무거움은 벅찬 현실이 아니라 인정하지 못한 현실에 부딪힌 생각이 가진 고통이었구나 부끄럽고 창피한 생각에 뛰어 들어선 집에서는 아이들이 동그란 눈으로 물어 왔다.



'엄마 왜 그래요?"
"어~~엉 아무것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