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나이가 일곱살이었던가. 그날밤에 엄청나게 쏟아지던 비와 바람소리는 40여년이나지난 지금도 생각하면 으슬으슬하게 춥다. 어릴적 기억이라 자세하게는 알수가 없지만 5형제의 막내인 나는 유일하게 엄마와 둘이서 살수가 있었다. 다른형제들은 외갓집에서 지내고 아버진 돈벌러 타향으로 다녔으니까..엄마는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했었는데 그날밤 비가 하도 와서 엄마는 가게문을 일찍닫고 내머리를 뒤적이며 이를 잡고 있었는데 누가 문을 마구두드렸다. (그땐 가게문이 하나씩 가져다 닫는 양철로 만든것_)엄마는 가만히 귀기울이다가 누구냐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빗소리와 함께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문앞으로 나간 엄마와 그남자는 뭐라고 한참이나 이야기를 했다. 문을 좀 열어달라고 사정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섣불리 문을 열어 주기엔 우린 무서웠다. 이불을 푸욱 덮어쓰고 나는 엄마가 빨리 들어왔으면 싶었는데 그러다가 조금뒤 문여는 소리가 들리고 놀라는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아이의 칭얼대는 울음소리가 내귀에 들려왔다. 아이소리에 나는 얼른 이불속에서 나와 바깥을 보았다. 아이는 온통 물에젖은 그남자의 품에서 울고 있었다.엄마는 아이를 보더니 얼른 방으로 들어가라했다. 동생이 없었던 나는 그남자의 품에서 빼곡 나온 아이의 젖은 얼굴을 눈물이 흥건했던 눈을 어제일처럼 기억한다..그사내아이는 2달간 정도 우리집에서 내가거의 키우다시피 지냈다. 어느날인가 그아이가 없어졌던날 나는 대성통곡을 했는데 훗날에 내가 알게된 사실은 그남자는 군인이었고 군인의 애인은 애를 낳아 당시 군인이었던 그남자에게 애를 남겨두고 도망을 가버렸는데 그여자의 친정마을 이었던 밀양에서 여자를 찾다 우리와 인연이 닿았던 모양이었다. 가끔씩 엄마는 그당시 아이를 데려가던 어린군인아버지의 휑덩그리한 뒷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어린자식을 안은 어린 아버지의 가녀린 뒷모습이..그애도 이젠 어른이 되었겠지..어떻게 자라왔을까.결코 평탄치만은 않았을텐데...비가 많이 오는 날밤이면 난 어제일처럼 그애의 젖은 얼굴과 젖은 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