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야 너희들 오늘 저녁에 시간 있냐? 내가 감자탕 맛있게 하는집
안다, 시간되면 오너라 내가 밥 사주마."
몇일전 어머니가 전화로 하신 말씀이다.
친구분들하고 다녀본 음식점이 괜찮다 싶으면 꼭 우리를 불러 사주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 우리 네식구가 어머니 모시고 잘 한다는 감자탕집을 찾아가니
마침 휴일이라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잠시 기다렸다가 우리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감자탕을 주문하였다.
근데 차츰 우리 바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몇집이서 함께 온 모양인데 이건 뭐 자기네들만 있는줄
아는 모양 이었다. 아이들은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엎어지며, 소리 지르며
마구 돌아 다니고 어른들은 큰소리로 지껄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먼저 어머니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자꾸 그쪽을 향해 눈치를 주셨다.
그래도 나 몰라라 더 떠드네
다음은 남편이 처음에는 좀 큰 아이를 붙들고 타이르다가, 그래도 말 을 안듣자
인상을 쓰며 망아지 같은 아이들을 향해 눈 을 부라렸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종업원들도 포기를 했는지 그저 어서 먹고 가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어머니가 종업원을 붙들고는
"보소!! 다같이 돈내고 먹는 식당에서 저런 경우가 어데 있소? 가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줘야지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기요?"
"아유 할머니 죄송 합니다 저희도 몇번 아이들을 붙들고 타일렀는데
소용이 없네요.이제 조금 있으면 가실꺼에요. 조금만 참으세요~~."
종업원이 미안해서 더 어쩔줄을 모른다. 도대체 부모들 누구하나 아이들한테
주의를 주거나 잡아 앉히는 사람이 없구나.....
아무리 기 안죽이고 자유롭게 키우는게 좋다지만 뭘 제대로 구분도 할줄 모르는
사람들이여 나중에 아이들이 단체 생활을 할때 밉상 받게되면 다 부모
탓인줄 왜 모르는가. 어려서 뭐가 옳고 그른지를 가르쳐 주질 않았으니 어찌
알겠는가, 밥상머리 교육이 왜 중요 한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여.....
그날 우리는 감자탕이 맛이 있는지도 모르고 멍한 상태에서 먹었다.
괜히 기분이 상하신 어머니는 국물만 드시고 이런 기분으로 먹으면 체하신다며
돈내는 영수증만 누가 뺏을세라 꼭 움켜쥐고 계셨다.
"어머니 그거 여기다 두세요 오늘은 우리 식구가 다 먹었으니 저희가 낼께요."
하며 가로채려 하였더니 펄쩍 뛰시며 치마폭에다 쏙 감추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랬던가 우리는 그 사람들보다 기가 약해서 더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얼른 얼른 건더기 건져 먹고 국물에 밥 비벼서 뚝딱 먹어 치운뒤
부랴 부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울 어머니 밖으로 나오시더니 한숨을 쉬시며 하시는 말씀
"아이구 참 별 놈의 인간들이 다 있다, 우째 저래 돌상놈 같으노."
"그래도 어머니가 사주신 감자탕은 맛이 끝내 주던데요. 저희끼리 다 먹었잖아요."
"그래 너거들 잘 먹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앞으로 올때는 얼라들 옆에는
절대 앉지 말아야 겠다." 딸아이가 옆에서 할머니 팔장을 끼더니 애교를 부린다.
" 할머니~~배고프시겠어요. 빵 사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어머니는 괜찮다시며 딸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그렇게 감자탕 집에서의 외식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