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듯 숨 막히게 눈이 내린다
그 날도 옥이는 빨간 내복에 무릎이 헤어져 헝겊대고 하얀 실로 꿰멘 흔적이 뚜렷한 엑쓰란 내복을 입은채 두다리를 바짝 오무리고 덜덜 떨고 있다
키가 작은 옥이는 "엄마 안그럴께요 ~오 녜~엄마 잘못햇어요"내리는 눈위에 옥이소리 벌써 죽어버린다
삼고머리에 옥이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발바닥은 오무리고 발가락을 서로 부빈다
두손은 합장을 하듯 계속 비비건만 말은 없다
새어 나오는 불빛이 더 따뜻해 보인다
지나는 동네 아줌마도 오늘은 없다
이럴때 항상 콩나물 키우는 빼빼 아줌마가 항상 옥이를 옹호해서 금방 집 안으로 들여 보내곤 햇는데 오늘은 없나보다
"엄~~~~마 ~~~~아"
옥이 목소리가 애가 탄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시끄러 이놈의 기집애야 빨래가 이게 머냐 응?엄마가 머랫어 응?엄마가 한번 말할때 두번 잔소리 안하게 잘 듣고 하라구 귀에 못이 백히게 말했지 엉?"
"엄마ㅡㅡㅡㅡㅡㅡㅡ아 다음부턴 잘 할께요 녜"
"아고 내 팔자야 어디서 저런년이 태어나서 아구 지겨워라 이 낭산 호랭이가 뭘 먹고 살어 저놈의 기집애 잡아가지 않구"
옥이는 벌서 처마밑에 잔뜩 몸을 구부린채 고개를 다리사이에 쑤셔박고 가만히 있는다
아마 항상 그랫듯이 엄마가 잠자기를 기다렷다가 들어갈 심산인것이다
하루종일 이불빨래하고 풀 먹이고 다듬이질에 손바닥이 부르터서 펴지지 않고 피곤함은 쫒겨난 이밤에도 눈이 감긴다
댓돌위 신발을 다 가져다 땅에 깔고 그 위에 앉아서 꾸벅꾸벅 존다
가끔씩 칼바람에 선듯 일어나 불빛을 처다본다 엄마나 동생들 그림자가 부럽다
"엄마 언니 추워 들어오라구 그래 응 엄마"
"엄마 언니 들어오라구 그런다 나가서 응?"명숙이와 옥주가 번갈아 말을 한다
픽 식 드르륵
문이 열리고 옥주가 내복 바람으로 나온다
"언니 들어와 엄마가 들어오래"
"언제 들어오랫어 나두 여기서 다 들려 말소리 엄마가 아무소리 안햇잖아"
옥이가 추위에 말소리가 떨린다
그러자 명숙이가 마저 나온다
"언니 엄마가 아무소리 안하면 들어와도 되는거니까 빨리 들어와엄마 화 나면 또 쫒겨날라구 그래?"
옥이는 얼른 열린 방문 사이로 엄마 옆 얼굴을 은근히 살피면서 땡땡 빨갛게 얼은 발을 들고 아까 깔았던 고무신을 들어서 댓돌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한발씩 들어 흙을 털고 마루로 들어온다
"어디 들어와 이놈의기집애야 아구 저놈의 기집애 셋다 머해 아구 지겨워라 "
옥이와 동생은 한꺼번에 구석에 몰려서서 고개를 숙인다
옥이는 마루에 들어서자 몸이 와들와들 떨린다
숨소리도 크게 나오고 무릎이 나온 빨간 내복이 눈에 보이게 흔들린다
막내 옥주가 귓말을 한다
"언니 지금도 추워?여기 안이잖아 춥지마 응 내복 바지를 잡고 잇으면 다리 안떨려 해바 언니"옥주는 옥이 무릎을 꼭 비틀어 쥐어서 옥이에게 건넨다
옥이는 아무런 말이 없다
"거기서 머해 들어와 자빠져 자지않구 거기 그러고 서서 장승이 될래?"
엄마의 그말에 옥이는 "명숙아 옥주야 너네가 먼저 들어가 얼른 언니는 따라서 뒤에 들어갈께 "
옥이는 동생을 떠밀듯 앞세운다 문 소리가 조용하게 천천히 열고 셋은 고개를 떨구고 눈은 엄마를 처다보며 윗 목으로 약속이나 한듯 재빠르게 올라가 버풀이 일어나 항사 옥이 손톱에 걸리는 이불을 덜렁 들고 셋이 들어간다
캄캄 한 이불속에 옥이와 동생은 궁뎅이를 올리고 머리와 손은 낮추고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옥이는 이밤이 얼마나 따뜻한지 세상 먹고싶은게 없다
발다닥이 저린것처럼 스믈스물 거려오지만 움직이면 엄마한테 혼날까바 발가락만 움직인다
이불속에서 숨이 막히지만 얼굴을 내밀고 숨을 크게 쉬고 싶은 맘이 없다
"머해 불 안그고 잘래면 불꺼야지 "
엄마 소리에 옥이는 바로 튕기듯 일어나 뒷꿈치를 들고 손을 뻗어 전기 다마을 근다
엄마의 돌아눕는 어둠이 옥이를 편하게 한다
얼른 이불 속으로 동생을 꼭 안고 옥이도 옆으로 눕는다
다리는 바짝 꼬부리고........
옥이는 맘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