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제사를 지낸터라
그때 워낙이 이것저것 넉넉히 장을 봐두었고
남은 음식도 먹어치울겸 그동안 냉장고 파먹고 살았었지요
난 그럭저럭 지낼만한데 애들이 이젠 난리가 난거예요
이것도 없네 저것도 없네 어쩜 그리 없는것만 찾는지요
꿀돼지인 작은애는 아예 매끼니마다 투덜투덜 투덜이구요
급기야 머리띠 둘르고 데모하게 생긴거예요
더구나 생전 반찬 투정 안하던 애들아빠까지 입맛이 없다는둥....
하긴 오랫동안 참긴 잘참았다
좀 큰 슈퍼엘 갔어요
이곳엔 웬만해서 잘안가는 곳인데 혹 좀 싸지 않을까 싶어서요
학기초라 돈쓸일 많고요
몰라라 하기엔 좀 그런 조카아이 결혼식이 코앞에 있거든요.
얄팍한 내지갑 사정을 잘아는지라
공연한 물욕 생기면 덥썩거릴것 같아서
평소엔 일부러라도 둘러보던 코너들을 싹 외면하고는
굉장히 바쁜용무라도 있는것처럼 서둘러가면서 장 보았어요
와~~
많이 올랐어요
전엔 계산할적에나 예상보다 더많이 나오는 물건값보구
오마나 물가가 올랐구나 실감했었지요
지금은 익숙한 ,자주사는 물건들이라서 가격이 빠삭한 것들이
제법 수월찬게 오른거예요
전엔 분명히 4000원대이던걸로 기억하는데 5000원대인거예요
그렇다고 양이 많아진것도 아니구요
꼭 도둑맞은 기분이 되더라구요
참내 천하의 OOO가 그깟 멏백원에 이리 호들갑인가 싶어서
한편으로는 씁슬해지구요
몇백억,몇천억 차떼기 운운 하는 사람들은 뭘해 먹고 살까
금테 두른 접시에 매끼 상어알,바닷가재,와인...
김치는 안먹을려나 별 상상을 다하고요
앞에 웬 아주마이 자랑스럽게 둘러맨 누우런빽을 보자 심술난 김에
짝퉁일거야 흥! 비아냥 거리고요
그속에 하나 가득 돈다발 넣어 바쳐야 밀어줬다는
어느대학 교수님집에 널려있던 그 수많았던 핸드백들까지 떠오르면서
손에 쥐고있는 시장표 손지갑에 눈길이 갔어요
에휴~~내껀 뭐냐고.....두툼하기라도 하지 공연히 툴툴 거렸지요
이래저래 뒤틀린 심사에 애끚은 물건만 집었다 놓았다 하는데요
아까부터 좀 이상해진 엄마 행동이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꾸욱 참고 뒤따르던 녀석이
"엄마 왜이래 미쳤어? 살려면 빨리사고 더안살거면 그냥 집에 가자구"
"그래.. 살것도 없다뭐, 먹을것도 없네뭐, 겉만 뻔지르하지
전부다 국적불명 물건너 온거야 방부제 투성이구 맛도 없는것 들이야
국산이 더 좋은게 얼마나 많은데 " 등등등
쉰소리 늘어놓으면 돌아서는데요
갑자기 초밥집이 눈에 들어 오는거예요
평소엔 너무 비싸서 애써 외면하던 집인데 먹고 싶은 거예요
기웃거려 보니까 한개당 얼마얼마 써있어요
한입에 탁 털어 놓기엔 가격이 넘한거예요
암만 그래도 네개나 다섯개쯤은 먹어야,좀 먹었나 할텐데
그렇자면 얼마인가 계산했지요
"엄마 먹고프면 사라 이거?저거?"
속도 모르고 어느새 도시락 하나 터억 들고선 마구 담는 거예요
"아니 이건 싫어 하는거야" 하면서 좀 비싼건 빼구 작은놈 것도 사구
다행인것은 큰아인 초밥 싫어해요
안달 복달하면서 담다가보니 애들아빠가 좋아하는
장어랑 참치회가 보이지 뭐예요
입맛 없다고 하던데 싶어서 눈딱 감고 넉넉히 샀어요
그까짓것 온식구 외식한걸로 치자 오늘 저녁은 이걸로 때우면 되겠다
좀전에 있었던 복잡한 심사는 다잊어버리구
날날날 하면서 집에 돌아 왔어요
대충 정리하면서 한개만 먹어보자 하고 살짝 집어 먹었는데
엄청 맛있는거예요
흠~~바로 이맛이야 어쩌구 한개두개세개....
에잇 이따가는 밥맛 없다고 하고 안먹으면 되지 하면서
그리곤 내몫은 다먹었지요
오늘따라 늦는 거예요
냉장고에 넣어두었지만 오래되면 맛없어질까봐 속끓이고 있던차에
배고파 밥줘하면서 들어 오는 거예요
좀 일찍 안오구는 밤늦게 들어왔다고 투덜댔어요
무슨일 있느냐 하며 의아해 하면서 식탁에 앉길래
짜~자잔 자랑스럽게 초밥꺼내 들면서 장어랑 참치도 있다 했지요
"에..난 싫은데 뜨근한 국물 먹고픈데 국이나 찌개 없어?"
치~잇 난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픈것도 참고 남긴건데 안먹겠다니
더구나 작은놈은 깍두기국물에 밥한그릇 뚜딱 해치우고는
금새 라면 또먹는 돼지중의 상돼지이거늘 그녀석이나 주라고 하니....
뜨근한 국물 없다 했더니 겨우내 먹다가 냉동고에 넣어둔
장모님표 신김치만두국을 끓여 달라고 하지 뭐예요
아니 입맛이 없다고 할때는 뭐냐구요
난 그말에 거금을 투자 한건데요
그렇지 않았으면 그돈으로 돼지고기 넉넉히 사서 탕수육 해먹고
신김치찌개에 듬뿍넣구, 흰콩갈아 비지찌개까지 해먹으면서,
최소한 삼일은 널널 해지는건데요
입맛 없다는말 거짓말 한거라구요
아니 입맛이 없으면 평소엔 비싸서 잘사먹지 못하던 것들이
무진장 먹고파지는거지
아니 몇날 몇일 먹다가 냉동고에 넣어둔 만두가 왜 먹고픈 거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