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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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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과 함께 봄이 오고 있었나 봅니다.


BY jeongann 2004-03-03

봄이다 싶어 겨울옷을 성급하게 벗어던졌더니
변덕스러운 봄은 오늘도 매서운 바람을 날리더니
급기야 하얀눈을 쏟아 붓고 있네요.
언제는 두터운 옷을 벗기더니
무슨 이유로 오늘은 느닷없이 덜덜 떨게 합니다.
눈부신 햇살뒤로 차가운 입김을 끊임없이 몰아 쉽니다.
오히려 계절이 거꾸로 흐르는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때를 겨울의 주권은 물러가지만
봄은 아직 지배하지 않는다고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해마다 보면 계절이 순순히 바뀌는 일은 거의 없지요.
앞뒤 계절이 공방전을 벌입니다.
특히 봄은 조급한 사람들을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이
곳곳에서 기척을 보내다가 아는 체를 하면
얄밉게 딴전을 피워 댑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차가운 하늘에 날려보내는 솔바람 소리,
늦은 오후 창가에서 놀다 가는 가녀린 햇살과
죽은 듯이 서 있는 나뭇가지 끝,
그리고 어느 새 달라진 새 울음 소리 틈에서
술래잡기라도 하듯이 들락거리면서 옵니다.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가까이 있으니
한번 찾아보라면서 숨바꼭질하듯이 다가 옵니다.
절대로 어느 날 갑자기 덜렁거리면서 오질 않지요.
올듯말듯하다가 다시 멀리 도망가 버리고
그러다가 살며시 곁에 들아와 앉아 있습니다.

며칠동안 변덕을 죽 끓이듯 하는 날씨가
꼭 속 좁은 제 마음 같아서
변덕스럽게 딴전을 피우는 봄을 결코 원망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