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단정짓고 싶었다.
아직 밖은 쌀쌀해서 외투를 채워야만 하겠지만
새로움이 싹트는 계절 봄이라고 하고싶었다.
너무도 텅빈 맘때문일까 겨울의 막바지라고 누군가는 외치겠지만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얼마나 괴로움으로 들리는가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 예전부터 들어왔고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나도 그 사람이지만
그래도 간사하다
9시뉴스에 무슨 사건이나면 저런...쯪쯪쯔 하며 혀만 찰 뿐이지
하지만 내 일이 되면 누가 그 상황을 이해하랴 !
내일이면 난 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영문도 모른체 매일밤 주사를 맞아야 하는 어린딸을 데리고
"희귀병"
무슨소리인지 누구얘기인지 마치 마치 아주 먼옛날 이야기인듯 아니 먼곳 아주먼곳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야 나오는 그런 나라인듯 그렇게 알았는데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나의 안일함이,
고통을 모르는 편안함이, 지칠줄 모르는 욕심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눈을 길러주는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다짐하지만
아이가 당해야 하는 고통이 나를 슬프게 한다 .
나를 우울하게 한다
괜히 어제와 같은 날씨에게도 화풀이를 해보고 미쳐 깨닫지 못한 나뭇잎의 어린싹도 원망으로 바라보게 되고
하지만
새하얀 목련이 피고 샛노오란 개나리가 피고 산을 붉게 물들일 진달래가 피고
그러면 마치 언제 그랬냐는듯 나는 웃고 있을것이다.
소중한 아이처럼 소중한 봄
쭈욱 봄날이여라 마음은 황량한 가을도 지친 여름도 꽁꽁얼어붙은 겨울도 없는 봄이여라
그래서 늘 새싹처럼 일어서고 늘 시작하고 늘 활기차서 내가 먼저 지치는일이 없도록
봄은 나에 이런 간절한 맘을 헤아리고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