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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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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의 모성애 그리고 이별


BY 쉐어그린 2004-02-25

코시가 새끼를 낳고 기른 지 내일이면 꼭 두 달째입니다.
온 집안을 다니고, 마당에도 나가며 새끼를 낳아 '엽기출산'이란
이름이 붙기도 하였지만,  활동적인 출산에 걸맞게 아기들이
모두 건강하고 코시 못지 않은 활발한 모습에 저희 가족은 코시의
귀여운 강쥐들을 보고있으면 그들의 건강한 세계에 빠져 하하호호
웃음이 절로 나온답니다.

제법  목소리에 힘을 주며 컹컹 짖는다는 것이 그야말로 '콩콩'처럼 들리고
위협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리링(으르릉)' 소리를 낸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그 작은 발과 손으로 언니 오빠와 동생을 툭툭
건드리고, 호기심에 이층층계까지 넘보며  고개를 삐죽 내미는 모습.
무엇보다 뽈뽈거리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에는 어린 생명들에게서만
풍기는 특유의 몸짓이 있습니다.  순수한 호기심이 온 몸에서 풍겨 나온다고나
할까요.

막 태어났을 때보다 크기는 3배정도 커지고, 활동량은 10배정도로 많아진 것 같은
지금, 저희 집 거실에선 넷째와 여섯째가 열심히 신경전을 벌이며 일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모두 어디로 가고 두 마리만 남았냐고요?
첫째를 비롯하여 다섯 마리의 코시 새끼들은 새 가족의 품으로 떠났습니다.
생후 2개월 전후,  한참 생명력이 분출할 때의 귀여움을 간직한 생명에게 정이
들면 떼기가 힘들다는 걸 알기에 서둘러 분양을 했습니다.  물론 강쥐들을
새 가족으로 잘 보살펴줄 가정으로 말입니다.  코시에게는 가급적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새끼들이 이렇게 크기까지 코시의 모성애를
생각지 않을 수 없네요. 

그 천방지축 말괄량이로 소문난 코시지만, 야생의
모성애가 강하게 남아있어 지 새끼들은 끔찍이 챙기더군요.  새끼를 낳고
한달 보름이 지났을 때, 코시가 새끼의 젓을 물리려 하다가, 갑자기 먹은
음식물을 토해냈습니다. 남편은 속이 안 좋은가 생각하고 얼른 토한
음식물을 버렸습니다. 그 다음 번부터는 코시가 먹은 음식물을 토해냈을 때,
새끼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맛나게 음식물을 먹더랍니다. 그 시기는 코시의 젓이
잘 안 나올 때였습니다.  코시는 젓이 잘 안나온다는 걸 알고 자신이 먹은
음식물을 토해내면서까지 새끼들 배를 채워주려고 한거지요.  새끼들에게
햇빛을 쪼여주려고 새끼들을 방에서 거실로 내오면 코시가 방에서 낑낑대며
울곤 했습니다. 그렇게 모성애가 강하기에 새끼가 한 마리 두 마리씩
사라지는 걸 느꼈는지, 어제 넷째와 여섯째만 남았을 때, 평소 안 내던
울음소리를 잠시 내더군요.  코시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강쥐와
사람들 삶의 방식입니다. 그 방식에서 헤어지는 존재에 대한 슬픔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만남에 기쁨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아무튼 새로운 가족을 만난 코시의 새끼들 모두 건강하고 그 가족들과
생이 다할 때까지 아픔과 슬픔을 모두 함께 하길 바랍니다.

마당에선 코시가 새끼들을 잊고 한무와 지코와 래시 그리고 레몬과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당에 나갔다가
얼마 안 있어 새끼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거실 문을 박박 긁곤
했는데,  요즘은 조금씩 새끼들 존재를 잊어가고 있는 듯, 마당에서 한참을
놀고, 자고 그러네요.  그러다가도 눈앞에 새끼들이 있으면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눈빛으로 핥아주고 빨아주고 합니다. 새끼들이 그 뽀족한 발톱과
이빨로 젓을 빨려고 해도 크게 나무라지도 않고 도망만 다니다 결국엔
젓을 물리고 맙니다. 

올 겨울, 코시에겐  새끼들이 전부인 세상이었습니다. 물론 두어 번  산으로
올라가는 일도 있었지만 ...... 올 봄, 새끼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코시는 다시
산으로 들로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며 돌아다닐 겁니다. 그런 봄이 코 앞에서
아른아른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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