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님의 글을 단편소설로 바꿔보았습니다...큰돌님께...
저는....가끔씩 과거 속에서 살기도 합니다.
그래서...오늘은 당신에게 제 여렸을 때, 추억 한 자락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적어도, 당신은 저의 이런 행동이 푼수같다고 치부 해 버리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아버지 따라 얼마 안돼는 봇짐 싸들고 이사를 갔던 춘천시의 아주 꼭대기
마을에 살았을때의 이야기 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곳이 바로 무허가 촌이었던 게지요.
한 여름 밤 이면...
똑똑하고 잘 사는 춘천시의 사람들이 물을 다 쓰고 잠 자리에 들면
그제서야, 그 달동네에는 수압이 그만해져 물이 차 올라 키 만큼 자란
보리밭 가운데 있던, 작은....아니, 겨우 가는 물줄기가 흘러 나오는
수도가 하나 있는 그런 동네에 살았었습니다.
업자들이 집을 짓다말고 도망간 엉성히 골격만 갖춘 집들이
듬성듬성 있었고, 예전에 상여집으로 쓰였던 을씨년스런 집도 한체
있고, 허물어져 내린 집들이 여기저기 있었던 그런 동네 말입니다.
그곳엔 우리처럼 여기저기서 모여든 가난한 사람들이
월세금 내지 않고 살 수 있고, 주인없는 땅뙈기에 보리도 심고,
채소도 심을 수 있어서...한 체 두 체 엉성한 집들엔 새로운
사람들이 차지하고 들어와 저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주변의
이곳저곳에서 버려진 고물들과 판자와 덜렁이는 문짝을 떼어다
문도 달고, 창도 가리고, 그러다...그나마, 창을 가릴 문짝을
찿아낼 때까지는 헐거워진 가마니 풀어 창을 가리고 그렇게
보금자리를 꾸며서 살았었지요.
제가 살았던 그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그 작은 당신의 허리가 휘어져라
여기저기서 못을 구하고, 망치를 구하고, 어디서 빌렸는지
줄뻔찌 까지 구해다가 당신 혼자서 눈만 뜨면 매일같이
여기저기 뚝딱거려 집 몰골을 갖춘 집으로 만드 셨었습니다.
그 달 동네에는 마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공유해야하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 하나는, 공공변소 였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가늘게 세어나는 수도 였답니다.
공공변소는 딱히 정해진 길이 없이
사방에서 오를 수 있는 곳에 있었는데...
누구하나 청소를 하는것도 아니어서
더럽기 짝이없는 판자로 헐겁게
지어진 그런 건물이었지요.
그 변소에 대변을 보러 가야하는 날이면
어찌나 힘들었던지...
키가 유난히 작았던 저는
제 키보다도 더 큰 풀숲을 헤치고
겨우 그 변소에 도착하고 보면, 난감하게도 다리가 짧아서
어딘가를 짚고 올라서야 판자가 걸쳐져있는
그 뒷간에 올라 갈 수가 있었거든요.
해서, 저는 늘 문지방 같은 턱을 오르기 위해서는 좀더 깨끗해져
보이는 그 뒷칸의 바닥을 손으로 짚고 올라 가야만 했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올라 저의 작은 다리가 판자 사이로 빠지지 않도록
여간 조심을 한다음, 겹겹이 쌓여있는 똥을 요령있게 피해가며
볼 일을 보느라 늘 아래를 보고 있어야만 했었지요.
그렇게 볼 일을 보고 난 뒤면, 얼굴은 씨뻘겋고, 다리는 절여오고...
코 끝에 침을 바르면서 다시 풀을 헤집고 내려와야만 했었답니다.
그리고...
그 수도 말인데요.
겨우 개미목을 축일 정도로 쪼르륵! 쪼르륵!
세어나는 수도꼭지 아래에
동네 사람들이 받쳐놓은 양동이로
물이 떨어지는 그 수도 말입니다.
저녘을 먹고 나면 잠자리에 들기전에
내일 쓸 물을 받으려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었지요.
저도, 그리고 제 또래의 동네 아이들은 저마다
물통, 양동이, 바가지, 다라이 할것 없이
모두 들고 나와 사람대신, 그 통들을 나란히
줄을 지어 놓고 기다렸습니다.
자신들의 차례가 오기를 말입니다.
저는 긴 막대를 어깨지게에 쑤셔박아서,
그 양끝에 낚시바늘처럼 갈고리를 건
물지게에 양은 초롱을 대롱대롱 메달아 물을 길렀는데요.
처음으로 물을 길으던 날은, 물 독을 채우는데 아주 혼줄이 났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촐랑거리며, 작은 다리를 휘청이기만 해도 물 초롱이 흔들려
물이 다 쏟아져버리고, 집에 돌아와 초롱을 들어 독에 부으려고하면,
물은 한 바가지도 체되지 않게 남아서, 아주 여러번 오르내려야만 했었거든요.
아무리 까치발을 하고, 물 항아리에 머리를 쑤셔박고 내려다 봐도
물은 찰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물론, 그 뒤 얼마가 지나서, 저는 금새 저 만의 비법을 터득했었죠.
단숨에 양초롱이 흔들리는 리듬을 놓히지 않고
언덕을 오르는 것 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르면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그래도 여러번 오르내려야 하는 수고 보다는
단 몇 번이면 물독을 채울 수 있었던 그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리고...뒤 늦께 터득한 또 하나의 비밀은요.
물 항아리에 물을 부어도
더이상 콸콸콸하는 빈독을 울리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물이 그득 찬 것 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어서,
그때는 더이상 까치발을 하고 머리를
쑤셔넣어 독을 들여다 볼 필요조차도 없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저는 우리집의 물 길러 나르는 무술이가 되어갔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좋았던 것 만은 아니었어요.
예를들면, 양동이를 늘어 놓으면 앞의 물통이 채워져
누군가의 집으로 가면, 다음 물통을 받혀놓으면 되는 일을
가끔씩 누군가는, 아마도 틀림없이 어른들 이었을껍니다.
제가 물초롱을 줄지어 놓고 집으로 가 설걷이하고 돌아와 보면,
제 물통이 한곁으로 나 앉아 있곤 했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럴때면, 저도...
"어~어?...저기 저 물통 뒤에 있었는데..."
라며 나 앉은 저의 물통을 처음 보았던 물통 뒤에 다시
가져다 놓아도, 어른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었으니까요.
대부분 어른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차례를 기다렸고,
우리 아이들은 지루하기도 하고, 어른들이 먼저 물독을 채우면
수돗가가 한산해 지기 때문에...
우리들은 차라리 실컷 놀다가 물을 기르곤 했었지요.
그 우리들이 놀이라는 것이 뭐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술래 잡기 놀이 였지요.
우물가에는 술래잡기 놀이 하기에 안성맞춤 이었거든요.
술래를 정하고, 우리들은 제각기 깨진 큰 항아리 뒤나,
보리밭, 심지어는 변소, 그리고 누구도 무서워서
발을 들여 놓으려 하지 않는 그 상여집, 어떤아이는
자기 집으로 가는 아이도 있었구요
그렇게 숨고 나면, 술래는 하나하나 찿아 내야하는데...
자신이 무서워서 빤히 누가 어디에 있는줄 알면서도
찿아 나서질 못하는 것 이었습니다.
어습푸레 달빛이 고개를 내밀고, 수돗가에 어른들의
인기척이 뜸해지면, 우리들만 남아 달빛 아래서 술래잡이 놀이를
했었죠.
결굴, 술래는 이렇게 외치고 맙니다.
"나아~니네 거기 숨은거 다아 알어...빨리나와~
그러면...안 찿은걸로 할께."
그러면, 순진한 저는 이렇게 외칩니다.
"그럼 말해봐 누가누가 어디에 숨었느지..그럼 나갈께."
목소리를 들은 술래는 척척 이름을 댑니다.
" 숙자, 영숙이, 옥자는 항아리뒤에.
그리고...기한이 영경이는 보리밭에 숨자고 한 말 들었어!
맨 꼴찌로 나오는 사람 술래!"
라고 외치면, 우리들은 와장창 독을 깨뜨리면서
보리밭을 짓뭉게면서, 다음 날 혼날 일은 내일로
미루고 뜅기듯 튀어 나왔었습니다.
그렇게 술래잡기가 익어가고.
달빛도 익어가고, 밤도 무르 익어갈 즈음이면...
우리들은 자신들의 물통에 물을 채워
물을 길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달이 머리위로 올라차면.
저희집 물독에도 달이 하나 더 떠 올랐지요.
그러면...
저의 앞 옷자락은 흔건히 물에 젖어있고,
양말엔 서걱서걱 흙과 모래가 묻어 얼룩이 베이고,
어깨는 벌개져 아려 왔었습니다.
젖은 양말 엄마 몰래 벗어서 마루 한 귀퉁이에
쑤셔막아 숨기고, 방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내일 그 양말을 다시 신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산다는것은 참 우수울 때가 더 많죠?
그 달동네에서
미련스럽게 엄살 한 번 안 부리고 물을 길러 나르고,
더러운 똥 두칸을 손으로 짚어야만 올랐던 작고 못생긴 옥이가
어머니 옥이가 되서, 지금은 그럴싸한 빌라지만 방이 두 칸이나
있고, 좌식 변기 통이 있는 집에서 옥이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누라라 불러주는 남편의 옥이가 되어 있고,
또 이렇게 사이버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다면....
그 옛날 그 친구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후후후!
아마도...
그 친구들에겐 아직도 못생기고 키 작은 미련한 옥이 이겠죠?
그리고...
이렇게 달이 휘엉청 밝은 밤이면, 저는 영락없이
꿈에서 다시 그 달 동네로 돌아가 그 어린시절
옥이가 되곤 하거든요.
저는....
그 미련하지만, 순진무구했던 그 옥이가 영 좋아요.
물론...지금의 옥이도 좋구요.
똑똑하고 잘 배운 사람들이 양식을 즐길때,
저는 돼지고기 듬성듬성 썰어 넣어 익은 김치 달달 볶은
김치볶음에 보리쌀 잘 삶아서 쌀과 썩어 먹는 이 푼수같은
옥이가 좋거든요.
아마도....
저는 이래서 다른 사람들이 푼수아줌마라고 부르는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애기처럼 재잘재잘 부끄럼 한점 없이
그 옛날 제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지금의 옥이도
영원히 사랑할 것 같아요.
그래야지요.
오늘은 저 달빛을 보면서....
그리운 나의 달 동네 친구들의 이름을 헤아려 보고,
한 줌의 눈물처럼 정겨워진 물 초롱과
물 지개와 똥 두칸을 그리면서 잠을 잘까 합니다.
꿈 속에서 술래잡기를 하기전에 말입니다.
추신: 도영,남풍, 밥푸는 여자, 캐슬님의 글이나, 특히나 무아님의 글을
가끔씩 참고하셔도 아주 좋은 글 쓰기 공부 됩니다.
큰돌님의 기억에 있는 추억과 얼룩은 글을 쓰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들이고.
큰돌님의 그 서걱서걱 모래알이 씹히는 듯한 문체가 영 좋아서.....
글의 생명인 살아있는 글이 되게 하는데는 작가의 목소리 인데요.
물론, 공식적으로는 뉘앙스라고 하는데....그 뉘앙스가 너무나 좋아서
제가 글 공부 하는니...차라리...큰돌님이 글공부 조금만 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해봤어요. 잘못했어도 용서 하실 꺼지요?
느낌이 비슷했나요? 전혀 다른가요? 당신이 쓰려고 했던 냄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