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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아직도 먼 남편.


BY 흐린날 2004-02-13

결혼한지 14년.

남편은 성질이 급하다.

화를 잘낸다.

당하고나서 생각해보면 어안이 벙벙할때가 많다.

 

난 느긋하고 낙천적인 편이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날 답답하게 여길때가 많다.

반면 난 남편이 이해않될 때가 많다.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낼 일도 아닌것 같은데 다짜고짜 화부터 내면

당하는 난 당황하기 일쑤다.

 

참 안 맞는 부부라는 생각 많이 했다.

그래도 14년이 지나면서 이젠 서로에게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서로에게 맞추기도 하면서

나란히 인생이란걸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또 황당하게 당했다.

 

딸애가 핸드폰 기기를 바꾸게 되어서 대리점에 갔다.

남편이 작년 딸의 폰을 개통하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했는데 딸애는 이번기회에 자신의 명의로 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당장 명의변경을 하려면 보상이 않된단다. 보상하고 3개월이 지나야 명의변경이 된단다. 그래서 기존하던 번호는 해지하고 신규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존번호를 해지하려면 본인이 오거나 위임장을 받아와야 한다해서 일단 일시정지시켜놓고 월요일에 가서 해지하기로했다. 아이는 신규번호로 개통하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신이나서 폰 갖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나랑 관계도 좋지않았는데 덕분에 생글거리기도하고 (지 돈으로 했음에도 좋은갑다)

나랑 머리맞대고 사진도 찍고 나도 기분이 좋았는데...

 

전화가 왔는데 남편이었다.

자기가 회사근처 대리점에서 지금 해지하려는데 번호가 안뜨니 어찌된거냐며 벌써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묻어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일시정지 시켜놓았다니까 화를 버럭버럭 낸다.

 

아~ 말도 하기 싫다.

일시정지얘기만 빼고 대리점에 있을때 자기하고 대충 다 통화해서 앞 뒤 상황다 알면서

화부터 버럭버럭 내는 남편이 이해가 안간다. 그럼 그때 곧 자기가 해지하겠다고 하던지 하지 내게 그런 말은 하지도 않았으면서 난리다.

그냥 고스란히 당했다.

자기 할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30분쯤뒤 남편에게 전화해서 해지했는지 물었더니 했단다.

그렇게 화를 낼일도 아니었잖느냐고 한마디 했다.

 

진짜 울 남편 이럴때는 생판 남같다.

덕분에 내 기분 완전 다운됐다. 내가 열 받는다.

평소엔 이성적인 남자가 이럴땐 왜 그렇게 감정적인지 진짜 이해안간다.

그게 그렇게 화낼일인가?

그냥 내게 확인하고 처리하면 되는일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