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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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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이야기


BY alice 2004-02-08

어린시절의 난 책이 별로 없었다. 사는 형편은 그저 그랬는데도 책을 사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시절이 그랬는지. 한참 책에 목말라하던 국민학교 시절 그때가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이었는데도 우리 집에는 읽을 거리가 많지 않았다.

 

오빠 따라다니던 만화가개에서 뒤적이며 공짜로 읽던 만화로 한글을 깨치고 나니 만화 말고도 무언가가 읽고 싶었는데 구멍가개와 쌀가개를 겸해하시던 부모님은 도서관을 데리고 갈 형편도 아니고 형제가 올망졸망 다섯이던 우리집의 네째로 태어나고 보니 난 읽을 거리를 찾아다녀야 할 형편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언니와 오빠의 교과서 읽기였다. 사회책도 읽고, 국어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었고, 자연 심지어는 완전정복에 나오는 단편소설이니 찾아서 걸신들린듯이 읽어댓다. 그러다가 아홉살이나 많은 고등학생인 큰 오빠가 사모은 헌책들을 읽고. 국민학교때부터 제인에어, 달과 6펜스, 그리고 톨스토이부터 정말 가리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언니를 따라 언니 친구집에 있는 전집을 보고는 언니없이 책빌리러 다니던 집들.

 

그리고는 백과사전을 읽어도 재미가 있었던 시기였다. 숙제하러 친구집에 가서는 새로 장만한 백과사전을 정말 일고 또 읽고 친구 집에서 저녁먹어야 한다고 할때까지 보고 오고.

 

결국에는 사는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자 부모님께서도 백과사전을 장만하시고 다른 책들도 사시기 시작하셨다. 언니와 오빠의 공부를 위한 책이기도 했지만 난 개의치 않고 마구 읽어대던 시기였다. 그리고 돈이 생기면 헌책방을 기웃거리고..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개가식인 도서관이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됐을때는 난 너무 행복했다. 책을 읽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학교에 있다가 오기도 하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책에 대한 집착은 끊이지않고 생겼다. 대출을 하는데 제한되어있는 책의 분량도 마음에 들지않아서 결국에는 교수님의 심부름을 하면서 난 추가분의 책을 마음대로 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대학교의 도사관도 가보고 국립도서관도 다녀보고 이제는 날개를 단듯이 교보니 종로서적이니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아르바이트로 돈도버니 더이상 바랄게 무었이었겠는가?

 

하지만 나의 이런 갈증을 한번에 해소해 버린것은 미국에 오고 나서이다. 미국의 도서관은 정말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느껴질만큼의 컴퓨터 시설과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는 시스템도 너무나 편리하고 합리적이였다.

 

예를 들면 "갑"도서관에 책이 없다면 나는 "을" 도서관을 갈 필요가 없다. 내가 필요하다는 청구를 하면 도서관 직원이 자료나 책을 찾아 내게 연락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동네의 도서관도 책을 반납하기 편리하게끔 슈퍼마켙이나 우체국 앞에 책 반납장소를 마련하기도 하고, 자기의 집에서 컴퓨터로 책의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고, 필요한 책을 예약할수도 있고. 게다가 도사관 카드도 열쇠고리에 연결할 수있는 소형의 카드이고..

 

결혼을 해 아이들이 생기면서 나의 도서관에 대한 집착, 사랑은 자연스럽게 연결이됐다.

도서관에서 준비하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읽기 시간이나, 음악와 책과의 시간, 또 여러가지 공작이나 그림그리기 등등. 우리 아이들이 즐길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고 컴퓨터에는 아이들용의 교육용 프로그램이 있고, 책은 100권까지 빌릴 수 있단다. 이러니 나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겠는가?

 

나의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항상 기대하고 있다. 작은 아이는 두돐이 겨우 지났는데도 도사관을 나오기가 힘들정도로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작은 아이 스스로 "나는 도서관이 너무 좋아"라고 할정도이니.

 

이제 한국도 많은 발전을 했다. 나 또한 그러한 발전의 혜택을 누려보았다. 그러나 권이적이지 않고 모든 세대에게 접근할 수있는 미국의 도서관 제도는 나는 좋아한다. 노인들에게는 게임시간도 있고, 뜨개질 강좌도 있고, 세금보고를 도와주는 시간도 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개발하는 합리성을 사랑한다. 세금을 내고도 아깝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