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 나이는 올해 4학년 6반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오후에 회사동료들과 축구를 하는 날이다.
동료들은 거의가 다 3학년 몇 반이라서 자기보다 훨~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남편 어느 날 내미는 축구 부 명단에 공격수란에 이름이 올라있다.
내 눈을 의심하고 다시 쳐다보아도 정말로 수비수가 아니라 공격수란이다.
내가 배꼽을 쥐고 웃었더니 남편도 따라 웃는다.
"아니 공격이나 당하지 말고 와"
"마누라한테 공격은 잘하면서 거기서는 공격만 당하지?"
그 이후로 남편의 축구화랑 옷을 챙겨 줄 때면 공격당하지 말고 오라는 말이 인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배에 안고 있는 당신 축구공도 던져버리고 오라고... ^^*
우리 남편 맨 날 의자에만 앉아서 일하다가 처음 축구 하러 갔던 날 폼 나게 공을 차려다가
쥐가 나서 공 한 번 차보지 못하고 앉아서 구경만 하고 왔었다는 말을 듣고 그럼 그렇지...
공은 아무나 차나? 하고 내가 놀려 댄 기억이 생각난다.
자기가 골키퍼를 하던 날엔 육대 빵으로 자기편이 졌다는 이야기, 온몸에 흙으로 범벅이 되
어 오던 날엔 자기를 잘 따르는 거구 동생이 자기위로 넘어져서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
공을 차려다가 넘어져서 엉덩방아 찧어서 축구를 못했다는 말에 땅한테까지 공격당했다고
내가 놀려대서 날 잡으러 다니던 이야기.
이렇게 날마다 공격당하고 오는 이야기들로 가득한데도 아직까지 변함없이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린 날에도 커피 끓일 주전자와 버너까지 챙겨서 가지고 나간다.
핼스클럽은 답답해서 싫다고 산에 오르는 것만이 운동으로 아는 우리 남편이 평소에 하는
운동은 정말 숨쉬기 운동 빼고는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나마 축구라도 하러 나가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도 우리 남편이 축구를 하고 있는 날 동안만큼은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이 식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 직장의 동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워 가는 어려운 때에 그렇게 공격을 당하더라도
좋으니 언제까지나 아기자기한 웃음을 자아내는 축구장으로 달려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남아 있는 생에 영원한 공격수가 되기를 빌면서 우리 남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