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던 그해 여름 시부모님들이 여름휴가로 집에 오셨다.
결혼식도 보시고 휴가까지 겸해서 3개월 시간을 내서 오셨다.
그 전에 뵌 도 있고, 가끔 전화로 통화도 했지만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지내야 하는것 처음이다.
시부모님이란 것 자체도 어려운데 그것도 외국사람들이니 난 걱정이 앞섰다.
한국어른들이라면 귀동냥으로 들은 것도 있고
어렸을때 할머니랑 살았던 경험을 이용해서 어떻게던 해보겠지만....
난 오시기 일주일전부터 집안청소에 음식걱정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남편은 걱정하지 말란 소리만 한다.
"그건 자기 부모니까 그렇구 나한테 시짜 들어간 부모란 말이야."
하지만 공항에서 부모님을 만나면서 내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우리엄마 나이 또래의 아줌마를 상상했던 나는 엄청 놀랐다.
날씬한 몸매에 와인빛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까지 꼭 모델같았다.
공항에서 놀랐던 외모는 시작에 불과했다.
집에 와서도 나는 놀람에 연속이었다.
아들 집에 오면 대접받아야 하는 한국시부모님들과는 전혀 달랐다.
일주일에 6일씩 일본식당에서 일하는 나는 집안을 일을 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전에도 둘이서 사니까 별로 일도 많지 않았지만.
보통 점심은 시아버님이 하시는거다.
또 저녁에 늦게 오는 날 위해서 항상 간식을 준비해 놓으셨다.
설거지라두 할 라 치면 일하는 며느리라구 설거지엔 손도 못대게 하신다.
장을 보러가면 나랑 시어머님은 물건만 고르고, 시아버지가 카터를 미신다.
집에 와서도 장본 물건 나르는 일는 시아버님몫이다.
집에서 텔레비젼을 볼때도 한국 부모님들은 뚝 떨어져 앉아서 점잖을 떠시는데,
우리 시부모님들은 서로 꼭 붙어 앉으셔서 애정을 과시하신다.
시도때도 없는 뽀뽀 공세에 포옹은 기본.....
물론 나에게 하는 포옹도 포함해서 말이다.
처음엔 낯선 문화에 내가 제일 어색해 했다.
왠지 며느리가 해야 할 도리를 못하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젠 나도 익숙해 졌다. 그리고 좋은 점도 하나 있다.
한국에 사는 며느리들 하는 것 반만해도 난 무지좋은 며느리 대접을 받는다.
시아버지는 내가 해드리는 한국음식+중국음식+일본음식에 감탄을 하시고,
(아마 한국며느리라면 다 하는 기본, 절대 특별한 것이 아님.)
시어머님은 내가 쓰는 한국 화장품으로 나할때 같이 해드리는 맛사지에 감동을 받으신다.
(아마 딸이 없으시구 큰며느리는 이탈리아사람이라서 우리들이 생각하는 거랑은 틀리다.)
한번은 아버님 안색이 별루 않 좋으셔서 물었더니 배가 아프다고 하셨다.
어제 저녁을 좀 과식하시더니 체한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한번만 믿어보라고 하고는 한국식으로 손가락을 따드렸다.
정말 체하신것 인지 5분도 안돼서 아픈것이 없어졌다면 어떻게 한거냐구 놀라셨다.
그래서 난 한국며느리면 다 아는 것으로 우리 시부모님한테 무진장 특별한 며느리가 되었다.
외국 시부모님이라 걱정했던 나는 그것 덕분에 쉽게 시부모님들과 친해졌다.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것 같다.
그러면서 난 내 친구들과 언니들 얘기를 떠올렸다.
우리 한국며느리들를 정말 노력하면서 사는거다.
나는 정말루 존경한다.
한국에 모든 며느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