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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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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동반 송년모임을 마치고 사고치다..


BY 부르스리 2003-12-20

 



년말이라 하루 걸러서 망년회다 송년모임이다 동창회다 회식이다 정신 못차리는 나날이다 그래도 년말이되면 평소 그렇지 않던 이들도 부부모임을 가지는통에 평소 별루 나들이가 없던 집사람들도 맛있는 음식, 바깥공기를 쐴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오늘은 한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친해진 사람들과 부부모임으로 갈비집에서 송년모임을 하기로 했다. 평소 별루 화장을 하지 않던 집사람도 오늘은 뭔가 찍어 바르면서 이게 다 떨어졌네 저게 다 떨어졌네 바를게 없네 입을게 없네 신을게 없네 하면서 투정 부리기 시작한다.


뭐 대단한 모임 가는것도 아니고 평소 얼굴 마주하던 이웃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 인데 뭘 그리 난리를 떠는지... 속이 편치 않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잔뜩 모아 놓았다가 마치 기회라도 된 듯이 따발총 쏘듯이 쪼아대는 대는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평소에는 부부에 외출을 한다고 해도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로 트집을 잡고 분위기 삭히기 시작하면 금새 내 얼굴이 일그러지고.. 급기야 험상 궂은 표정으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안나가!! 하는 소리로 외출이 원천봉쇄되는 경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부모임으로 날을 잡아놓고, 출발 시간이 임박해 진 상태에는 사회적 체면상 안나가!! 라는말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기화로 이게 없네 저게 없네 하면서 투덜거려서 뭔가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는 얄팍한 심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도 출발 전부터 슬슬 긁어놓기 시작한 집사람은 출발 시간을 훨씬 넘기고도 아직 화장이 안끝났네 입을거를 골라야 하네 하며 마지막 인내심을 긁어놓구 있다.

‘내가 이래서 부부모임을 안나갈라구 한다니깐.. 내참 더러바서..’


우여곡절 끝에 차를 출발 시킨 우리 부부는 술좌석에서 누가 술을 먹지 않을것인가에 대해 작은 논쟁을 한다. 남자가 모임에 가서 술 한잔은 먹어야 하니까 이따가 당신이 운전해 하는 나와, 고기 먹으면서 소주도 한잔 안할라면 뭐하러 고기는 먹냐 된장 찌게에 밥한그릇먹지 운전은 당신이 하세요 하는 아내와 다툼 아닌 다툼을 하다가는 얄팍한 주머니 아껴보려는 보람도 없이 결국 대리운전으로 결론이 나고..


약속시간 지키는 것을 천금처럼 생각하는 나는 20여분 늦게 장소에 들어가는데 왠지 낮뜨겁게 생각되어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은그슬쩍 들어 가려는데 미리 나와 있던 10여명의 아줌마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뻔뻔하게 떠들며 들어가는 집사람이 더욱 얄밉게 보인다.


모처럼의 부부동반모임이지만 결국엔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모여 앉아서 시작을... 일단 갈비로 배를 채우고 한순배씩 돌아가기 시작 하니깐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온다. 먼저 건설회사 다니는 박씨가 걸죽한 입담을 자랑하듯이 룸싸롱이 어떻고 여자는 자고로  -- 어쩌구 저쩌구 이러쿵 저러쿵 -- 자기의 경험담을 늘어 놓으면서 한껏 분위기를 고조 시킨다.


나는 술도 많이 먹지 않는데다가 별루 가본데두 없는지라 그냥 듣고만 있는데 기어이 복덕방 하는 김씨가 오늘의 화두를 꺼내 놓는다. 자기 친구가 말로만 듣던 스와핑을 하는데 몇 번 모임에 다녀 오더니 집사람이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 한다며 입에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한다구.. 오히려 자기들은 금슬이 좋아졌다나 뭐라나 하면서 자랑을 하며 자기보구두 한번 해 보래서 지금 마누라 설득중이란다.


남자들이 밥을 먹는지 술을 먹는지 뭔 얘기를 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지들끼리 지지고 볶구 하던 아줌마들의 눈빛이 홱! 달라지며, 그쪽 테이블의 시끌벅쩍하던 시장 분위기가 일순 적막이 감돌 듯이 조용해지며 갑자기 김씨의 입에 모든 시선이 집중 되는 것이 아닌가.


흠칫 놀라는 김씨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는 마눌과의 약속을 깨고 공개석상에서 술김에 저지른 자신의 천기누설에 대한 책임을 어케지나 난감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지만 이미 업지러진 이요 저릴러논 사고라...


사고수습을 위해 서둘러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기는 했지만 그 이후의 김씨 표정에는 ‘집에가서 나는 디졋다..’ 라는 표정이 내내 풀리지 않고.. ‘그렇게 살려면 왜사니?’ 하는 표정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며 분위기가 약간 썰렁해진 남자들 테이블과는 달리...


식당이 떠나 가도록 떠들면서 주위사람들이 뭐라하건 아랑곳 않던 아줌들이 갑자기 소곤소곤 사근사근 목소리가 사그러 든 것은 바도 그 스와핑 때문 이었다. 맥주잔을 들이키면서 흠칫 흠칫 훔쳐본 마눌의 표정에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망울이 마치 해외여행가서 신기한 공연을 볼때보다 더욱 반짝이고 있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상상일까...


한잔 더 하라는 주위의 권유와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는 이야기들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면서 건성건성 대답을 하자 화제는 다른사람에게 돌아가고, 내 머릿속은 먹다남은 음식과 타다남은 고기같은 번잡함보다 더한 온갖 잡다한 생각으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스와핑에 대해서 저렇게 관심을 가질수가.. 얌전하다구 생각했는데.... 왕내숭을..’


밤이 깊어가구 대충 정리가 되는 시점에서 2차 얘기가 나오구 일부 못먹어도 고! 파들이 주관하는 노래방 갈사람들을 선정하는데... 스와핑 애기와 마눌의 눈빛이 오버랩 되면서 갑자기 기분이 다운된 나는 오늘 이런 인상으로 가 봐야 분위기에 먹칠이나 하지 하는 생각으로 귀가를 선택하고...


식당에서 내내 아는체도 하지 않던 마눌이 저쪽에서 무슨 약속을 하고 왔는지 아주 당당하게 자기는 2차에 갔다가 갈테니 가려면 먼저 가라고 통보하듯이 획 내뱉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아줌들의 무리속에 합류를 한다. 이런 된장...


다른때 같으면 얼른 가방 들고 따라오지 못해!! 하며 호통을 치면 마지못해 발길을 돌리던 아내가 오늘은 주위의 아줌들과 분위기를 등에 업고 절대로 그냥 가지 않을 의사를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같이가기는 무리군.. ’하는 생각으로 선선히 포기한다.


회장인 고씨와 몇몇 몸이 좋지 않은이들과 시어머니 모시는 아줌들이 귀가의사를 밝히고 먼저 가면서 남은 인원을 세어보니 딱 5쌍이 되는게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위엄있게 한마디는 하고 가야지 하면서 집사람이 들을수 있는거리까지 다가가서는 ‘일찍와!’ 하고 다짐을 하며 대리운전자가 기다리는 차로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왠지 무겁게 느껴진다.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왜 그렇게 마눌의 눈빛이 빛났을까.. 왜 내가 일찍와! 하는데도 눈길한번 고개한번 끄덕이지 않은걸까? 아줌마들하고 뭔 얘기를 나눈걸까? 혹시 스와핑에 대한 밀약이? 별의별 정리되지않은 생각이 춤추듯이 파노라마같은 영상을 만들어 낼쯤에 ‘어디쯤 세워드리면 됩니까? ’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래며 정신을 차린다.


집에 들어와서 냉수를 마셔 보지만 복잡한 머릿속은 더욱 꼬이기만 할뿐 피곤 하기는 하지만 도대체 잠이 오지 않는다 냉장고를 뒤져 먹다남은 쏘주병을 안주도 없이 나발을 불며 OCN 영화를 틀어놓고 졸리면 자야지 하는데도 잠은 오지 않고 영화속에 불륜남녀가 뒤엉켜서 내는 원색의 신음소리를 들으려니 왠지 가슴이 떨리고 뭔가 알수 없는 불안이 생기기도 하는데...

‘나와의 섹스가 양에 차지 않는걸까..? 그런가.. 그래서 스와핑에..?’


그렇게 잡생각을 하다가 보니 시간이 2시가 넘고.. 3시가 넘는다 조금만 있으면 잠이 오겠지 하던게 이제는 아내가 도대체 이시간 까지 뭘할까? 노래방에서 나와서는? 혹시? 하는 불길한 생각에 정신이 더욱 또렷해 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4시가 조금 넘어서 아내의 인기척이 들린다.


‘도대체 이시간 까지 뭐하다 오는거야!!??’

‘애 깨겠어요 좀 조용히 해요 온동네사람들 다 깨겟어요..’

‘지금 애 깨고 동네사람들 깨는게 문제야? 지금까지 어디서 뭐했어?’

‘노래방 갔다가 아줌마들하고 나와서 한잔 더 했어요 당신답지 않게 왜 그래요?’

‘내가 전에는 어땠는데!? 당신 제정신이야? 남편 먼저 보내고 그렇게 늦게까지 놀구싶어?’


‘미안해요 내가 사과 할께요 그만 자요..’

‘지금 잠이오게 됐어!? 어떤놈하구 놀다가 왓는지 내가 아냐구!?’

‘내가 뭘 어쨌다구 그래요? 1년에 한번 기분내는건데.. 괜히 트집잡지말구 주무세요..’

‘당신 일루와봐 옷에서 담배냄세 나잖어 누구야! 바른대로 말 안해!?’

‘아 슈퍼 아줌마 담배 피잖아요 좁은 공간에서 그러니까 배는거지 무슨..’


‘오홍.. 핑계도 잘 댄다 내가 그러면 그냥 속아넘어갈줄 알구? 아까 보니깐 104동 이씨가 당신 보는눈이 심상치 않던데.. 노래방에서 둘이 껴안구 춤췄지 좋은말 할때 바른대로 말해..’

‘오늘 당신 정말 왜이래요? 집에와서 쏘주 더 마셨어요? 정말 이러면 나두 못 참아요? 사람을 잡아도 정도가 있지 원..’

‘당신 아까 스와핑 얘기 나올때 아주 솔깃 했잖아 내가 모를줄 알아? 그 눈동자가 다 말해 준다구 귀신은 속여두 나는 못속여 알어!!?’


‘그냥 무슨 애긴지 들어봤지 내가 뭘 어쨌다구 그래요 당신이야 말루 요즘 맨날 늦게 들어오더니 어디 숨겨놓은 여자라두 잇는거 아니에요? 그런식으로 나한테 덮어씌울라고 하지 말아요 치사하게..’

‘뭐라구 말이면 다하는줄 알어? 똥묻은개가 겨묻은개 나무란다더니 어디사 말을 돌려 바른대로 말 안해 뭐 했는지!?


‘ 아니 이양반이 저녁먹은게 체했나 오늘 왜 쌩사람을 잡고 난리래요 글쎄? 그래 내가 이씨하고 눈맞아서 여관에서 한께임 뛰고 왔다 어쩔래 이 소갈딱지 없는 인간아!!?

‘응... 그래 이제사 실토를 하는군 그래 기분이 어떻든가? 그렇게 좋으면 그놈하고 살지 왜 집에는 들어오나 여관에서 아주 살림을 차릴것이지..’

‘안그래도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당신같은 사람하고 사는것도 지겨운데 이참에 나두 생각좀 해 봐야겠으니 더 이상 나 열받게 하지 마세요.’

음.. 으래 그놈이 얼마나 잘해 줬길래.. 어디 옷좀 한번 벗어봐 그 흔적좀 한번 보자‘

‘아니 이이가 정말 왜 난리야? 늦엇어요 그만 자요..’

‘오라... 그놈에게는 보여주는데 남편한테는 못보여준다 이거지!? 너 오늘 한번 죽어볼래!?

‘그래 죽여라 죽여 이인간아!!? 죽여!!?’

‘뭐라구 이게 정말...!!??  &*%$#’


처음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비가 시작되었는데.. 마눌이 그냥 미안하다고 싹싹빌면 그만 할라구 햇는데... 갑자기 고개를 빳빳히 들고 대 들기에...  불과 10분도 채 안되서 흥분한 나의눈은 뒤집어지고... 앞뒤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거 마구 집어던지고, 깨지고. 난리를 치는와중에 집사람이 쓰러져서 더 이상 고함 소리가 들리지 않자 정신이 퍼뜩 드는것이었다.


집사람의 머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벼란다에 있던 야구 방망이는 어느새 내손에 들려서 핏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고.. 자다깬 아들녀석은 놀래서 눈만 덩그라니 뜨고 울지도 못하고 있고 현관문 앞에는 어느새 몰려 왔는지 이웃집 아줌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고...


다음날 신문기사에는 이렇게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같이 송년회를 참가했다가 뒷정리를 하고 온다며 새벽에 귀가한 아내와 말다툼끝에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남편이 구속 되었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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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를 보고 구성한 픽션 입니다. 

기사는 짤막하지만 언제나 그 뒤편에는 저런 이야기들이 숨어있습니다.

원인없는 결과없고 결과없는 원인없다.

년말을 맞이해서 오늘도 술조심 내일도 술조심 술취하면 대리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