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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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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선생님을 찾습니다


BY 산골향 2003-12-03

(혹 이글을 읽고 아래 조항덕선생님과 박정희양 아시는 분 연락주시면 한턱소겠습니다)

 

에메랄드 빛 하늘과 가을 햇살이 참 곱습니다.
아파트 사이로 줄지어선 노오란 은행잎이 가을빛을
더해줍니다.

넓은 유리창을 열었습니다.

아~ 얼굴을 스치는 가을바람이 참 부드럽습니다.
바람결에 나불나불 나뭇잎 하나가 날아들었습니다.
고층 아파트로 날아든 나뭇잎은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합니다.

살짝 손바닥에 나뭇잎을 올렸습니다.

괜히 마음이 설레입니다.
알록달록 색채를 띤 나뭇잎에서 아련한 가을 영상이 비쳐옵니다. 

산골마을의 가을은 어느 예술인도 표현할 수 없을 고운 물감으로 그려진 풍경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단발머리 산골 계집아이의 그 가을은 여느 가을보다 더 없이

아름다운 가을이었습니다.
아늑한 산골학교에 새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멀리 삽시도란 섬에서 오신 핸섬한 선생님은 산골소녀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지요.

내 담임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나는 선생님을 무척 따랐습니다.
섬마을 선생님한테 글짓기 지도를 받으며 나는
선생님처럼 글을 잘 쓰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학교 대표로 나가 우승도 했지요.

들국화와 알록달록 묻든  감잎을 좋아하시는 선생님과
우리들은 들로 산으로 가을을 누비며 돌아다녔지요.
지도를 펴놓고 삽시도란 섬 이야기를 들려줄땐
산골아이들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가 그저 신기해서 귀를 쫑끗 세우곤 했지요.

호미만 들고 나가면 소라와 조개를 망태기 가득 줍고,
아이들이 낚시대 들고  나가 이따만한 고기를 낚는다는 이야기는 꼭 남의 나라

이야기만 같았지요.
산골아이들은 삽시도를 동경하며 정말 가보고 싶어했지요.

그런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삽시도 초등학교 학생들과 편지 친구를 맺어주었습니다.
이리하여 산골마을 온암초등학교와  바다 가운데

삽시도초등학교 학생간에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지요.

나와 편지를 나눈 학생은 2학년 박정희 학생였고
당시 박정희대통령 존함과 같아서 수 십년의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않는 이름입니다.
5학년인 나는 2학년이 무슨 편지를 쓸까하고 탐탁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박정희 학생이 편지를 너무 잘 쓰는 거 있죠.
알고보니 그 학생도 선생님한테 글짓기공부를 배워 글을 잘 쓴다는 거였습니다.

섬 소녀는 바다내음을 듬뿍 담은 미역 김을 보내주었고,

산골소녀는 산골향기 가득 담긴 감이나 밤을 보내주었구요.

정말 친자매처럼 언니 동생하며 글을 주고 받아선지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사진을 보내지도 않았지만 산골소녀는 나름대로 섬 소녀의 이미지를 그려보곤 했어요.

양갈래로 따내린 머리에 가뭇한 피부, 반짝이는 눈망울 귀여운 얼굴로.

선생님은 2년을 산골학교에 계시다가 다시 어느 섬 학교로 전근 가셨지요.

선생님, 조항덕 선생님.
제 어린 날의 동화 속에 핸섬한 총각선생님으로 아직도 제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데,

선생님께 글짓기를 배우며 소설가의 꿈을 키우던 열두 살 그 산골소녀는 세월의 강을 넘어 지금 初老에 서 있습니다.

선생님 어데 계세요?

아직도 충청도 어느 섬에서 아이들과 손잡고 바다에서 조개를 줍고 계실까요.
바다내음과 산골향기 어우러진 30년 전
그 가을을 공유한 조항덕 선생님,
그리고 삽시도의 박정희양도 그립구요.
산골소녀 혜진이가 정말 소식을 알고 싶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