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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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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의 초등동창모임♣


BY 산,나리 2003-11-20

 


" 엄마, 아빠~ 이번 주말에도 또 어디 가시나요....? "
" 어~ ?? .....으응~~~ "
" 우~~와 .......너~무한다~ "
" 왜?......할수 없다...일이 그렇게 됐어....! "
.................................!?

 

10월부터 우리부부는 주말마다 외출이 빈번했다.
작은 녀석이 이번 주말도 외출한다는 우리 부부를 두고 학원에 시험대비에 뛰어 다녀야
하는 지팔자와 비교해 푸념과 빈정을 동시 다발로 쏟아 부었다.
정작 큰녀석은 " ....아~~네~에..그러시죠...좋아 보이네요..오~ "
하며 너스레를 떨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표정을 하면서 헤헤~ 거린다.
그런 상황에 남편은 " 야...임마~ 넌 아주 좋다는 표정이구나아...? "
큰녀석 왈 " 아...네~~사실이에요..나만의 콘도문화를 즐길 수 있거든요~
음악도 크게 들을 수 있고...또......??? "
...............................하여간 큰녀석은 신났고 작은녀석은 불만이다.

 

이번주에는 우리 부부가 각자 초등 동창회에 가는 날이다.
남편네는 전라도에서 서울로 친구들이 올라와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우리네는 중간지점은 아니지만 아무튼 천안 아산근처인 외암마을이라는 곳에서
모임을 갖기로 결정 되어 있었다.

 

남편네는 은사님들을 모시고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첫새벽 한두시쯤에 모든 행사를
마무리하고 헤어져 전라도와 각자 집으로 밤중에 내려가고...
우리네는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산행까지 하고 오후 서너시쯤 헤어지면 집엔
아무래도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 올것으로 계획이 짜여졌다.

 

이걸 가지고 남편은 문제가 있다고 왈가왈가하고 난 안가면 그만이고...별로 그렇게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배짱을 튕기고 있었다.


다만 이번 회장이 친구 남편이고 해서 협조차원에서 참석 할려고 했는데 굳이
남편이 스케줄을 갖고  반론을 제기 한다면 안간다고 큰소리를 뻥뻥 쳐댔다.
그리고 전화기를 주면서  우리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마눌 못보낸다고 말하라고
전화번호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실은 우리 초등회장과 남편은 너무나 잘 아는 처지였다.
회장 마눌은 나의 여중 동창이고 그들 부부는 서로 각자 이웃 초등을 나온
동년배 부부였다.
나의 여중 친구들의 여섯부부 모임팀에 우리나 그들이 소속 되어 있는터라 만난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아이구 이제는 나를 의처증 남편으로 만들려고 그러느냐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그 자리를  모면하고 방으로 피해 들어가 버렸다.

 

그 틈에도 난 방으로 쪼르르 따라 들어가 남편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건네 주었다.
" 모야...?....모~어....?? "
" 회비 5만원인데... 매너 좋게 남편이 쫌 주시라구요~ㅇ...."
난 어려운 코맹맹이 소리까지 내 가며 애교를 떨었다.
" 그렇잖아도 줄려고 했그만........미리 앞서 가시네에~~~~~ "
하면서 10만원권 수표를 꼼찌꼼지 지갑의 비상 투입구에서 꺼내 주었다.
'......히히.... 그럴 줄 알았지........성~공 '

 

회비 생겼고 아들이 용돈을 모아 거금으로 산 가방 쌕을 빌리고 오밀 조밀 집나갈 여자처럼
화장품, 수건, 치약, 칫솔....등 챙기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남편 출근하고  애들 학교가고 나니 삐리릭~~ ......딩동..딩동...
전화오고 문자오고....찌개 끓여야지 반찬 해야지 밥해야지~~......
바빠서 이리 저리 콩닥 콩닥 뛰어 다니며 마음이 바쁘고 진땀이 삐질 삐질 났다.

 

며칠전에 백화점에 나가 남편의 새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가을 분위기에 맞게 사놨었다.
양복은 드라이해서 말끔히 손질해 놓고 와이셔츠 넥타이 손수건 곱게 다려서
침대위에 와이셔츠, 바지, 넥타이 펼쳐서 코디해 놓고 마지막 손수건에 향수 뿌려 얌전히
올려 놓고 남편 동창회 모임 코디 준비 끝~~~...

 

이제는 내 차례, 주섬주섬 준비물을 가방에 챙겨 넣고 화장을 하고 드라이를 시작했다.
나 없는 동안의 가족들의 식사준비를 끝내고 나니 오전이 훌쩍 가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애들 점심을 간단히 주고서는 황급히 집을 나섰다.
토요일이라 엄청 차가 막혀 가까스로 약속시간에 도착할수 있었다.

 

친구들이 준비한 몇대의 차로 나누어 타고 우리들은 만남의 장소 천안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우리들이 먼저 도착해 나중에 온 고향친구들을 두줄로 서서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모두 감격하고 반기고...우리들은 금새 어릴적 그시절로 이미 돌아가 깔깔 거리고 수다를 떨며 어우러져 갔다.

 

.......................................................................................................................................................................
.............................................................................................! 산행을 마치고 비빔밥으로 점심을 함께
하고 휴식을 취하고 헤어짐의 시간이 점점 다가 왔을때는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섭섭해 하며 열심히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하고 약속했다.


오랜만에 고향의 사투리를 넘치도록 들어 푸근했고 고향소식과 그곳의 정취를 흠뻑 느껴
한동안 보약이 되어 삶의 활력이 될거 같다.

 

집으로 돌아 오는 중에 큰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오고 계시냐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 왔을 때 잘 다녀 오셨어요~ 하는 녀석들의 인사와 함께
우리집안의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고마워~~ 당신..아들들아..~ '


남편은 안방에서 쿨쿨 잠들어 있었다. ' 당신도 모임 잘 했나요~ ' 잠든 남편 얼굴을 보며
웃음으로 인사하고 그날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