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갑자기 TV드라마에서 시한부 인생을 다루는 두 애기가 방송이 되어서,
두작가 모두 유명세가 있고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라서 관심을 갖고
두 드라마를 비교하며 보다보니까, 새삼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작가의 유언장 때문에 새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적도 있었고
40이 넘으면 유언장을 한번쯤 써보는게 살아온 날들도 돌아보게되고
앞으로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는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만약에 나의 가족이 지금 얼마남지 않은 날을 살고 있다면, 아니, 나자신
이 날을 받아놓고 있다면 어떨까?
초조하고, 그동안 하지못했던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안타까워 하겠지.
사랑하는이에 대한 염려와 안쓰러움으로 견딜 수 없어 지겠지..
무엇부터 정리를 해야 하는건지, 어떤일부터 정리를 해야할지 몰라 허둥
대겠지, .....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것이고, 사실 우리는 모두 시한부인생 인것을....
강건해야 80이라는 우리 인생은 길게 보면 길은 것이고 짧다고 하면
한없이 짧은 것인데......
작은일에 분노하고, 하찮은 것에 목숨을 내놓듯 덤빌일도 아닌데....
드라마에서,-요즘 때아니게 드라마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아내의 죽음을 알고 통곡을 하는 남편의 울음에 덩달아 눈물이 나왔다.
우리 그인 드라마보고 운다고,뭐라고 하지만, 때때로 그렇게 남의 슬픔에
덩달아 울다보면 카타르시스 인지 후련할때가 있다.
그게 만약 나의 일이라면 통곡정도 겠는가!
슬픈일이지만 ,
난 죽음을 일찍 경험했다.
내가 중학생이 막 되었을 때 난 어머니의 죽음을 보았다. 죽음앞
에서 사람은 가장 진실되어진다는데, 난 진실되어진다는게 뭔지도
모를 나이에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헤어지고는 참 많이도 울었다.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엄마가영원히 내 곁을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모든게 슬퍼지곤 했다.
결혼하고 다음해, -4개월후 였다- 에 아버님의 임종을 보았다. .
그리곤 큰오빠를 -참 인물이 좋았던 오빠는 40도 넘기지 못한 나이로 요절을 하셨다-
잃었다. 난 차츰 죽음에 익숙해져버렸다. 의사들이 많은 죽음속에서
익숙해지고 냉담해 지듯이......
그리고 맞은 시어머님의 죽음은 어른이 되서인지 또다르게 슬픔을 알게
했다. 막내로 자란 남편의 슬픔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내게는 참으로 자상하고 좋으신 어른 이셨다. 지금 내곁에 그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계절이 바뀌며드는 오스스한 한기는 없으련만....
그리곤 최근에 애완견을 잃었다. 나라가 월드컵으로 뜨겁던 재작년의
여름이었다. 처음으로 우리가 개를 기르기로 하고 우리집에 온 하얀
말티즈는 올때부터 폐렴을 안고 왔고 심한 기침을 하며, 정성을 드리고
열심히 병원을 다녔지만 그 조그만 녀석은 우리곁을 떠났다.
어찌나 작고 예쁘게 생겼던지,- 이름은 꼬맹이였다 -.....
온가족의 슬픔은 대단했다. 결국은 다른 강아지에게 정을 붙이는게 처방
이라고 큰딸이 지금 자로를 사오면서, 우린 꼬맹이의 죽음을 잊고 살고
있다. 자로는 건강하고 재롱둥이 여서 딸의 처방은 훌륭한 것이었다.
대강 내가 겪은 죽음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라든가 책이라든가 예술작품안에서도 우리는 흔하게 죽음을 본다.
아름다운 죽음도, 또 잔인한 죽음도, 안타까운 죽음도.......
울기도 하고 분노 하기도 하지만 나와는 관련이 없는 죽음에 대해선
비교적 초연해진다.
총격으로 쓰러진 대통령의 죽음도, 빌딩에서 떨어져 자살을한 어느 재벌
의 죽음도, 어느 사연많은 탈랜트 외아들의 어처구니 없는죽음도......
그렇지만 내가 그 가족이라면 또 본인의 일이라면 아마도 마음으로는
죽음에 이르를 것이다.
내가 죽음에 대해 대단한 이론을 갖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신앙을 가진자
로서, 그리고 지천명의 나이가 된 한인간으로서, 좋은 죽음을 맞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그 바램이 꼭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에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어떤 문제로라도주위사람에게 걱정을
안 시키고 자는듯이 가고 싶다.
가는날을 정확히 아는것은 아니지만 그날까지 많은 것을 베풀고,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위에 주고 싶다.
내가 가고난 후에도 많이 슬퍼하지 말고 잘살다가 갔노라는 말을 듣고
싶다. 나의 사랑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을때, 안쓰러움이나
애처러움이 아닌, 훈훈한 느낌으로 남아 있고싶다.
너무 큰 욕심일까? 그렇게 되려면 그만큼 남은 날들을 잘 살아야겠지....
정말 잘 살아야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