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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 [2]


BY 장미정 2003-11-14

 

어떻게 2-3시간을 보냈는지를 모를 정도로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난 겨우 그 사람들과 만남을 끝낼수가 있었다.

그리고, 사장언니가 있는 곳으로 갔더니, 살짝 웃음을 띠며 하는말...

"어때? 해볼만 했어?"

"..........."

난 쓴웃음을 띄우며 말을 못했다.

"괜찮아...처음엔 내가 이래도 되나 싶고,

괜한 죄책감에 사로 잡히기도 해. 영애한테 얘기 들어서 알고 있는데,

요즘 힘들다며....돈이란, 니가 쫒아 갈려고 하면 더 도망가는 법이야.

그냥 돈이 너를 따르겠끔해야지....안그러니?"

말을 끝낸 사장 언니는 나의 손에 십만원짜리 하얀 수표를 쥐어주었다.

"원래 1시간에 2만원 5천원인데......아까 너랑 논 박사장님이

너 차비 더 챙겨주라며 팁을 주시더라...."

 

난 영애 언니를 쳐다보았다.

언니는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며 그냥 넣어두라는 눈짓을 했다.

음.............

돈이란 이렇게도 버는구나.

 

택시 안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문밖에서 내내 내일도 나오라며 어깨를 토닥 거려주는 사장 언니도 그렇고,

괜찮다며 당분간만 하라는 영애언니도 그렇고.....

어떤 결론을 내려할지가 나에게 바로 놓여진 숙제였다.

 

그 다음날, 난 그 받은 돈으로 슈퍼에서 아이들 간식과

밑반찬을 몇개 샀다.

남편 좋아하는 꽃게랑 생선도 사구...

그리고, 저녁이 다가오자, 난 다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정 못한것을 알수 있었다.

7시에 남편은 밤근무 하느라 저녁을 먹고 택시 운전대를 잡았고,

난 배웅하고 집안으로 들어오니,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응. 나 영애야. 너 오늘 나갈거니?"

"글쎄....어떻게 해야돼?"

"어떻하긴 뭘 어떻해? 나가서 벌어야지. 나두 예전에 남편 몰래 쓴 카드빚 때문에

두달만에 꽤 큰 돈 만져서 겨우 막았다.

당장 니 발등에 떨어진 불은 꺼야지? 안그래?"

"그래두 언....니...."

"너 아직 덜 뜨겁구나? 이것저것 재고 있는것 보니...

몰라 그럼. 너 맘대로해. 난 너 잠시 숨통 좀 트이라구 언니 소개시켜줬구만.

몰라 이뇬아...니 맘대로해.!"

그리고는 뚜뚜뚜....전화가 끊어진 소리가 들린다.

 

이런!~

나보고 어떻하라구...

일생 생활처럼 애들에게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잠자리에 든 모습을 본후 난 TV를 켜놓고 넋이 나간상태로 있었다.

그래.....

지금 난 돈이 필요해.

장사하면서 결제못한 책값 카드로 대신 결제하다보니,

지금 카드빚이 장난 아니고, 이 카드 저 카드 돌려 막다보니

액수가 꽤 늘려 있는 상태 아닌가.

지금 당장 매일 갚아야 하는 일수도 아직 200만원 남았구.

내가 지금 물불가릴때가 아니라는건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인데.....

 

난 대충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가고 있었다.

때마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애들은 자냐구  얼래벌래 둘려대고, 비디오 가게 하는 친구랑

방배동 카페 골목에서 맥주 한잔 한다고 둘려 댔다.

남편은 내가 방배동밖에 모른다고 생각한다.

서울온지 2년이 넘도록 돌아 다니는것도 할줄 모르고,

오직 가게.집 밖에 몰랐구,

가끔 남편과 가는 칵테일바 , 포장마차,노래방이 전부였으니깐.

좀 찔렸지만, 급한 마음에 돈때문에 난 어쩔수 없는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평소엔 술도 잘 못하는 나였는데,

이 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몇잔 받아 마셨더니,

취기가 아딸딸하게 올라 오고 있었다.

겨우 일을 마치고, 어제보다 더 많은 액수의 돈을 받아 챙기고

난 집으로 돌아 올수 있었다.

거실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반...

대충 화장을 지우고 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초인종 소리에 놀라 잠이 깬 난 남편을 볼수 있었다.

 

"어제 도대체 몇시에 왔냐?"

"왜?......."

갑자기 뜨금 했다.

"마지막으로 통화한게 9시였는데, 그 후로 너 전화 안받더라.

핸드폰도 집전화도..."

"아.....그..건 경수 엄마랑 놀다가 노래방 갔어.

그래서 시끄러우니깐 당연히 벨 소리가 안들리지."

"그래서? 그래 오랜만에 스트레스 풀었냐?

가끔 가라....그래야 너두 나한테 바가지 안긁지?"

"나참....내가 괜히 그래?

당신이 잘해봐. 내가 그러는지...."

"그래 알았어.알았다구...나 밥이나 줘...배고프다."

 

어휴.....

역시 사람은 죄 짓고는 못산다더니....

그래도, 그 순간 난 지갑속에 있을 돈을 생각하니 뿌듯했다.

놀고 술마시며 번 돈이라 쉽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를일..

여하튼 너무 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지.

난 이런 재미도 있구나 싶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얼마나 큰 파경을 가져올지도 모른채 말이다.

 

그렇게 매일 나가다 시피 하다보니,

난 어느새 그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남편 역시 잦은 외출을 보고 싫어하는 내색이구...

그래서 난 또 거짓말을 시작된 말로 이어가며 거짓말을 낳고 있었다.

영애 언니를 둘러대고, 아는 언니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구.

처음엔 그래? 하면서 좋아하는듯 싶었다.

우리 남편은 당연했다.

2년 넘게 맞벌이 아닌 맞벌이를 하다보니,

어쩜 자신이 더 심적으로 편했는지 내가 나가서 돈버는걸 좋아하는듯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짜게 주던 용돈도

조금씩 금액을 올라가니 좋아했다.

사실, 알고보면 추잡스럽게 버는 돈이였지만,

그 땐, 난 돈을 돈으로만 봤을 뿐이였다.

당장 내야 하는 요금들의 고지서를 보는게 짜증 그 자체였으니깐...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선듯 떠올랐지만,

난 서서히 그 일 하는것에 대해 죄책감이 조금씩

줄어가고 있는걸 느꼈다.

 

난 3주 동안 200만원 정도의 돈을 벌었다는걸 알고 있었다.

늘 써왔던 가계부 덕분인지, 남편몰래 수첩에다 매일매일 금액을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어온 금액이 크질수록, 나를 불안하게 엄습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분명한건 뭔지를 모르지만,

나를 조금씩 쪼여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남편 역시 이웃집 언니의 호프집에서 주말마다 술이 떡이 되어 돌아왔다.

미야....

참 재수 없는 년이였다.

남편이 갓난 아이때 집안끼리 아는 사람이였는데,

시어머님이 슈퍼 하시느라 거의 엎다시피 키운집 언니의 여동생이였다.

마흔살이 훨씬 넘은 언니.

누나누나 하며 여전히 지금도 잘하는 남편.

사실, 시댁에서 방배동 집을 살때도, 미야의 친언니 덕분으로

집을 샀다나 뭐라나.

그런데, 더 웃기는건, 그 미야 라는 년이

남편이 바람을 폈다는 이유로 남편의 친구랑 바람을 펴서,

몇개월 전에 이혼을 당한 여자다.

그리고, 딸 둘 데리고, 먹고 살려고 카페겸 호프집을 한다는거다.

 

남편을 늘 누나가 불쌍하다며 그 년 가게에서 주말마다

술 마시고, 거의 늦새벽에 술이  취해 돌아오곤 했다.

근래의 우리 부부 싸움은 미야 라는 그 여자때문이였다.

사실 대구에 사는 자기 친누나보다 더 좋다니 말이되나구....

나이에 안맞게 날씬하고, 거의 매일 목욕탕에서 돈주고 때밀고,

고상한척은 혼자  다 하는 여자.

월세를 조금씩 주고 사는 주제에 멋이란 멋은 다 부리고 다니고,

허영심에 덜떤 여자 였는데,

남편이 바람폈다고 어떻게 남편의 친구랑 잘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랑 남편이 가깝게 지내는 그 자체게

우리들 싸움이였다.

 

그런데, 어느날,

일을 마치고, 가게문을 막 나오는데,

가게 앞 골목 어귀에서 난 남편을 보았다.

그것도.........

미야!! 그 여자와 함께 있는 남편을.....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남편 혼자가 아닌 왜 저 여자가 같이 있는지 난 도무지 이해할수 없었다.

더 웃기는 건, 날 보던 남편이

"뭐??  호프집? 넌 여기서 호프집으로 보이냐?

택시타...빨리"

남편은 거의 날 밀어넣다시피 택시에 올라 태웠고,

그 미야라는 여자도 같이 동행을 한 상태로

방배동 카페골목으로 갔다.

 

그래....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지.

하늘도 무심하시지.

조금만 더 있다가 사실을 털어놓고 허락받고 일을 할려고 했는데,

이렇게 들통나게 만들다니....

우리 셋은 택시안에서 내내 침묵을 지켰다.

어쩔수 없는 냉기가 흐를 수 밖에......

이게 마지막일것 같다는 생각은 왜 들까?

난 항상 그랬다.

내 느낌. 내 생각이 맞아 떨어지는 현실에 자주 맞부딪혔으니깐....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까?

아님, 오히려 큰소리 칠까?

그래서 어디든 가서 얘기 하자.

 

그런데, 나의 상상을 깬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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