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테잎을 9개나 빌려 왔습니다.
'투게더'라는 중국영화를 빼고는 모두 한국영화 였지요.
아! 참 라이온 킹도 외국 영화 였구나.
저는 남들이 유치하다고 하는 한국 영화도 잘 본답니다.
예전에는 참 유치하다고 저도 생각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유치한 영화는 저에게 없습니다.
제가 지금 찬밥 더운 밥을 가릴 때가 아니거든요.
한국말로 된 것은 책이든 비디오든 가요든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뇌 라는 블랙 홀로 한 없이 들어가거든요.
제가 빌린 테잎중에 정채봉님의 '오세암' 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있었지요.
평소에도 정채봉님을 좋아했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욱 더 님의 작품들을 찾게 되더군요.
'오세암'이라는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기에 눈 빠지게 기다리다가 빌려 왔지요.
죄송한 얘기지만 라이온 킹을 보고 나서 오세암을 보았는데 많이 비교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애들은 많이 쓰셨는데....
정채봉님께 죄송한 이야기는 이제 부터 랍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이야기가 참 아름답고 슬프지요.
그렇지만 제가 운 이유는 이야기가 아름답고 슬퍼서가 아니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하고 화가 나서 울었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내리는데 머릿속에서는 이건 분명한 아동유기를 아름다운 결말로 눈가림하고 있다는 생각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길손이는 5살이었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숨이 끊어지기까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자기때문에 스님이 안 돌아오는 줄 알고 어린 마음이 얼마나 상했을까를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더군요.
'길손이가 만일 나의 아이였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엉엉 소리를 내어 울지 않고는 못 견디겠더라구요.
스님의 생각이 조금만 깊었더라면 스님이 아이를 길러 본 경험이나 아이가 있었던 경험이 있었더라면 (전국에 계신 스님여러분! 동화속에 나오는 스님이야깁니다) 그 산속에 아이를 혼자두고 장에 가지는 않았겠지요.
참고로 저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아동 복지에 관심이 많은 늦깍이 학생 아줌마 입니다. 동화는 동화로 봐야 하고 만화는 만화로 봐주면 되는데 이리도 꼬치 꼬치 따지고 들면 남아 나는게 없겠지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정채봉 선생님께 무지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길손이의 죽음이 미화되어지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