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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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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일 수 있기를...


BY 土心 2003-11-05

 투신 자살 했다는 수험생 얘기가 컴을 켜면서 눈에 들어오니  참으로 가슴이 저립니다.

오늘 시험을 치룬 수험생과 가족 여러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잠시 숙연하게 머리 숙이고 나서 자판에 손을 올리겠습니다.

 

때때로 이는 생각이지만 세상에 끄달려 다니며 일상에 쫓기다 보면

'나는 뭔가?'...'사는게 뭔가?'...이런 상념에 빠질 때가 더러 있다.

이와 같은 명제는 화두가 되어 깨달으면 도에 이르기도 하겠으나

나 같은 사람은 언제나 잡념 범주에서 못 벗어 나고 그대로 허무 망상이 되고 만다.

생각 해 보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세월을 거듭 나고 죽고 하면서

세상은 역사를 이루어 가는 거다 싶다.

그 중 한점 티끌 같은 생명 하나가 여기 보태져  

그러 저러한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이 나 일 뿐이다.

별다를 것도 없이 태어 나고, 성장 하고, 결혼 하고, 자식 낳아 키우고, 늙어 가고...

그냥 그렇게 인생의 한 축을 다 돌고 나면 어느 날 난 어디론가 홀연히 회향 하겠지.

전체 속에서 보면 나는 그냥 그렇게 하나의 축을 도는 점일 뿐인데

정작 내 맘속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으니 문제다.

이만큼 살았어도 살면서 사는게 녹녹치가 않다고 느껴 질 때면 

심신을 쉬게 할 돌파구가 필요 했다.

하지만 맘 속에서 이는 모든 욕망과 갈등을

무슨 방법이 있어 다 풀어 낼까 보냐 싶기에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인내 하는 것으로 취미 삼아 살아 왔다.

종교도 방편이요,

사랑도 방편이요,

노력도 방편이요,

희생도 방편이요,

일도 방편일 뿐

그것이 온전한 나 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이다.

마흔 일곱해...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마저 뜯어 내고 나면

또 다시 훈장 처럼 내 人生木에 나이테 하나가 보태 질테고,

그리 하면  하늘의 뜻을 받들어야 할 준비로 분주 해 질 법 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 보고 돌아 봐도 아직도 난 준비 안 된 어눌한 인생이란 회한이 인다.

날마다 똑똑해 지는 세상에 살면서 나는 그동안 뭐 했나?

갑자기 바람 한 줄기 휘 부니 꼭지 떨어진 가을 낙엽 마냥 허공만 맴돌 뿐

내려 앉을 자리 못 찾고 헤매도는 그런 추풍 낙엽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작은 나사못 하나도 제 있을 곳에 끼워 졌을 때 큰 톱니 바퀴도 돌릴 수 있는

그만한 제 몫의 쓰임이 내겐 있는가 하는 상실감도 든다.

어딜 가나 앞줄은 내 차지가 못 되고 늘 후미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가 내 자리인가 서러운 생각도 들곤 한다.

나도 나 여기 있다고 , 나도 나 나름대로 열심히 존재하고 있다고 외쳐 보면

나를 향해 화답해 줄 메아리라도 있으려나 그런 우둔한 투정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대로 지금까진 내가 부여 잡고 살아 온 중심축 하나가 있었다.

' 내가 나 일 수 있기를 ...내가 나 일 수만 있다면...'

하는 맘 그 하나였다.

하지만 그 맘이란 건 언제든 변질 될 준비를 하고 있나 보다라고 이제 와 새삼 느낀다.

안으로 자리 잡은 맘은 자꾸 이리 저리 곁눈질 하며 밖으로 향하려 하고.

벗어 던져야 할 我執은 오히려 군살로 자리 매김하며 새 살 나기를 방해 하고,

뱉어 내야 할 오물은 오히려 쌓여 독이 되니 속을 옭죄고,

무엇을 자꾸 남겨야 한다는 흔적에 집착하며 기운을 소진 하고...

그렇다. 어쩌면 세월이 이렇게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한 해 한 해의 뒤안길을 밟은 것이 결코 적지 않은 세월 였음에도 불구 하고

또 이 맘때. 이 자리에  서고 보면  이렇게  희망 보다는 푸념으로

아까운 시간을 얼룩 지게 한다.

시려서 정신 들기 맟춤인 동짓달이다.

한 해를 갈무리 하기엔 아직 좀 이르겠지만

내가 나를 연민해 주고, 아껴 주고, 보듬어 줘야

얌전하게 한 살 더 먹을 것 같아 미리 맘 하나 꺼내  달래 보았다.

그저 여전히 '내가 나일 수 있기를' 염원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