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세월은 가고
여전히 아침은 밝아오고
여전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11월이네요.
사는게 왜 이리 힘들고 고단한지 때론 모든걸 망각하고
싶고 또 때론 다른 삶을 살고도 싶지만
어디에든 시련은 있게 마련이고
다들 사는게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아픔의 한 고비를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아픔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작은 웃음들이 간간이 고개를 들 때가 있지요.
그 웃음들이 아픔에 묻혀 웃고 있어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다 해도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픔속에 억지로 웃음을 찾으려 해도 너무나 지친 나머지
때론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지만 아픔과 시련을 온 몸으로
부딪치고 나중에야 상처뿐인 내 몸과 정신밖엔 남아있지 않을 때,,
그래도 나를 잡아 일으켜 주는건 작은 웃음들..
어제밤 공원에 갔더니 벌써 낙엽들이 수북이 떨어졌더군요.
바스락 거리며 밟히는 노오란 은행잎들..
이름모를 낙엽들과 퇴색의 빛으로 갈아입은 잔디들..
추운 겨울 앙상한 가지만을 내민채 살이 아리는 바람과
눈 비를 맞으며 서 있을 나무가
꼭 우리들의 사는 모습 같았답니다.
내가 한 그루의 나무라면
봄에 파릇파릇한 새 잎을 내는 것 처럼 한때 나도 자신을
그렇게 가꾸었을 것이고
여름에 무성한 잎이 뒤덮는 것 처럼 한때 나도 꿈을 가지고
자신의 모습에 만족 또는 우쭐대 보기도 했을 것이고
가을에 잎의 색이 변하며 하나 둘 떨어지는 것 처럼 한때
나도 시련에 아파했을 것이고
겨울에 앙상한 모습으로 있는 것 처럼 한때 나도 나 자신을
추스르기만도 벅찼을 것이고..
나무가 서있는건 누구도 의식을 못하고 살지만 어느 날 그
나무가 뿌리째 뽑혀 없어졌다면 그 허전함에 한번쯤 다시
돌아보게 되겠지요.
우리의 삶도 나무와 같이 그러한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고단한 삶이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튼튼하게
내린 뿌리처럼 시련쯤은 아파도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늘 꿈을 꾸듯 서 있는 나무...
벌써 11월이네요.
괴로운 마음, 아프고 허전한 마음, 견딜 수 없이 힘들지만
벌써 일년의 11달을 살고 있네요.
곧 또 다른 12달이 기다리고 있겠죠..
지금껏의 시련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세월이 두렵더라도
저 나무처럼 묵묵히 살아본다면 언젠간 튼튼한 뿌리를 볼
수 있을거에요.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