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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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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해피


BY 흰구름 2003-10-26


'오늘은  몇 번이나  웃으셨어요.너털웃음 한 번,조그마한 웃음 다섯 번
그러니까 내일도 건강 합니다.'

 

어떤 편지글에 씌여진 글귀를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 짓는다.
내가 항상 친정어머니께 주문하는 말 이기에 절로 웃음이 나왔으리라..

 

친정어머니의 얼굴은 언제나 굳어져 있는 편이다.
좋은 일에도 그저 잔잔한 미소 한 번 그 뿐이다..
생각이 깊으시고 말과 행동도 지나치리만큼 조심하시며 사람으로써
지켜야 할 도리와 예절을 강조하시는 소심하고 예의 바른 성격이시다.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자식 사랑 또한 유별나시다.
자식들 힘들어 할까봐 칠십다섯의 연세에도 혼자 사시는 것을 고집하신다.
서로가 불편하다며 딸 집에 오셔도 사흘을 못 넘기고 당신 집에 가시기 바쁘시다.

 

그런 어머니가 요즈음은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 것 같다.
"괜찮으세요? 별일 없으세요?"
"혼자 사는 노인네가 무슨 일은..."
안부 전화 드리면 늘 우울한 목소리로 힘이 없으시다.
아들이 전화 자주 안 한다고 섭섭해 하시고, 여기저기 아프시다고 호소 하시며
우리집에 오셔서 같이 지내자고 해도 완강하게 싫다고 하시면서도
여전히 서글퍼 하신다..

전화를 끊고 나면 나마저 우울해진다.
그러다보니 자주 전화 드리기 망설여지기 까지 한다.
수화기를 들다가도 그냥 놓을때가 더러 있다.
어머니의 외로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표현이실텐데 그것마저도 나긋하게
들어주지 못하는 나는 얼마나 못된 딸인가..

 

효자라고 남들이 다 칭찬하는 남편 친구중에 한 분이 따로 살고 계시는
어머니께 한결같이 매일 안부 전화 드린단다.

"어떻게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니께 그렇게 전화하세요?"
"하루 일과 중 맨 처음 하는 일이 어머니께 전화 드리는 일이예요.
어머니 목소리를 들어야 하루의 시작이 기분 좋으니까요."
"대단하시네요, 여간한 정성이 아니세요."
"오히려 제가 힘을 얻는걸요, 별일 없으세요 여쭈어보면 언제나 하시는 말씀이
오! 해피예요."

당신은 오!해피하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시니 이른 아침 행복에 겨운
어머니 목소리는 자신에게 언제나 새로운 의욕을 주시니까 매일 전화하게
된다며 상대적 행복론을 펼친다.
아! 그렇게 행복은 전염되는 것이구나. 그런 얘기를 듣고부터 나도 친정어머니께 주문한다.
웃으세요,하루에 한번이라도 크게 웃으세요..

 

 친정어머니 뿐만아니라 나 역시 감정표현에 서툴다.
즐거운 일이 있어도 깔깔거리며 크게 웃어 제끼기보다  그저 함박웃음 한 번 웃고만다.
누가 뭐라하는 것도 아닌데 정열이 부족해서일까?
사진을 찍어보면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에 무덤덤한 포즈다.

그런 사진을 들여다 보며 딸아이가
"엄마도 웃으세요, 할머니 보고만 웃으라고 하지 말고 엄마 표정도 들여다 보세요.
온갖 걱정거리는 다 가지고 있는 얼굴이잖아요."

딸아이의 핀잔아닌 핀잔을 들으며 돌아다보니 나 또한 어머니와 똑같이 닮아가고
있지 않은가. 불혹, 자신의 얼굴 표정에 책임져야 할 나이, 늘 환한 모습으로
지나간 세월의 여정이 불행하지만은 않았음을 심어야 하는데
이제야 깨닫는다.

오! 해피 해피를 연발하며 자식에게 행복한 마음을 전달하는 행복의 전령사가 되어야지..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은 몇 번이나 웃었을까?

 

너털웃음 한 번, 조그마한 웃음 다섯 번이다.
내일은 너털웃음 세 번은 웃어야지 다짐한다.

오! 해피, 전화음으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활기찬 음성을 기대 하면서 오늘도 수화기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