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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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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출근하는 여자


BY preciousnds 2003-10-25

그녀는 오늘 밤도 아들 녀석 둘을 재워 놓고 작업복을 찾아 입는다.

남편이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누구에게 도와달랄 수도 없이 혼자서  열심히 살아왔다.   그랬는데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면 보일러에 드는 기름값이 아까워서 돈 걱정이 된다.

그래도 엄마가 추운 공장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일해도 아들 녀석들의 자는 방은 좀 심하다

싶을 만큼 보일러를 올려놓고 출근하던 그녀였다.  

다행히 주인이 요번에 그렇게 기름을 많이 잡아먹던 기름 보일러를 새걸로 갈아줘서 좀 나을라나.

그녀의 공장은 식품공장이다.  일년 중 쉬는 날은 추석 이틀과 설 이틀 뿐이다.

남편을 만나기 전의 그녀는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녔었다.   엄마는 중풍에 걸려 늘 반신불수로 살았고 그런 엄마를 보는 아버지는 성실하시긴 했지만 술을 너무 마셔서 자기가 자란

집이지만 그만 탈출하고 싶었다.  물론 합법적인 탈출을 .

그래서 선을 봤고 늦은 나이의 결혼을 기대했던 남편과 그 사연 많았던 7년을 살다가 남편은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흘만에 그녀에게 미안하다든지 사랑한다든지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든지 등등의 말도 한마디 듣도 나누지도 못한채  고통스럽게 갑자기 떠나버렸다.  세상을

나는 누구에게 그렇게 지독하게 하지않았는데.   지난 5년은 먹고 살기 바빠서 눈 깜작할새

에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밤에 잠 못자고 공장에서 일하다 보면 옛날 나와 함께 살던 그 잘생기고 착하던 남편이

생각나서 마음속으로 운다. 

어쩌다 내 꿈에 한번 쯤 나타나서 "힘들지  내가 항상 지켜볼께.  힘내!"라는 식의 만남은

어째 한번도 없는 걸까.   

 

컴컴한 밤길을 혼자  걷는 그녀를 달님만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