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려견의 소변 문제 어떻게 해결 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3

지옥에서 벗어나기.


BY 억새풀 2003-10-23

집에서 꼼짝을 안했습니다.

한참동안이나.

그냥 사람 만나기가 싫어서 이웃 아줌마들 커피잔 앞에 놓고 주절 대는것도 식상해서 그냥 집안에만 꼭 쳐 박혀 지냈습니다.

온통 단풍이 물드는 가을 산을 떠들어대도 가벼이 흘러 넘기고

오로지 집안에서 썬팅한 베란다 샷시에 비치는 조용한 가을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을을 타나구요?

아니요 어느해 부턴가 계절을 안 타드라구요.

당신은 계절을 많이 탄다고 나 보고 싫은 소리 많이 했었지요.

제발 계절 좀 타지 말라고.나이가 몇인데 하면서.

 

그런데 어느때 부턴가 계절이 안 보이드라구요.

내가 출근하는 아파트 옆 벽면에 노란 개나리가 하나 둘 씩 고개를 내 밀면

응!인제 봄인가 부네.

내   발밑에 누런 단풍잎들이 이리 저리 바람에 휘날리고 있어도

그냥 내 옷깃만  슬쩍 다 잡으니 그 단풍잎이 이쁘다는 감성은 떠난지 오래 되고..........

 

 

시간이라는 도둑은 눈 감짝할새 날  여기에 덩그러니 서 있게 했습니다.

나이 40에  감성은 나도 모르는 사이 도망가 버리고

거기에 나무 토막 같은 지친 얼굴만 하나 보입니다.

집에 있는 인삼주를 빈 물병에 좀 넣어 가자고 보채니 하는수 없이 술을 좀 붓습니다.

 

난 그향이 넘 좋아서 연신 코 끝에다 대고 음! 좋다 음!!!!!!!!

당신은 그럽니다.

"그래 딱 니 체질이네.나는 별룬데".

 

물병 하나 달랑 달랑 거리며 집 가까운 산에 올랐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신선하던지요.

가슴속에 잔잔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이다.

물컵에다 약간 따라 마시니 그 느낌이 월매나 좋던지요.

온 몸에 인삼냄세가 쑥 베이는 그런 기분 .

저 확실히 꾼 아닌가요?

예전에 어디에서 들었든것 같습니다.

산에 갈때 참(소주)을 조금 가지고 가면 천당이 따로 없다고.

그랬습니다.

저 확실히 체질 맞죠?

 

조금 가다 힘들면 한 모금 원 샷!

또 조금 가다 숨 차면 한 모금 꼴 딱!

이제 문이 열리기 시작하더이다.

"자기! 날 지옥에서 좀 꺼내도"

.

.

.

한참후에 당신은 힘 없는 작은 목소리로

"그래 미안하다.언제가는 내가 당신 천당에서 살게 해 줄께"

.

.

"아니 천당은 안 바라고 그냥 지옥에서만 안 살게 해도"

"그래 그럴날 안 있겠나.조금만 참아라 내가 욕심이 너무많아서 그렇다"

.

.우리는 한참이나 또 입을 꾹 다문채 발걸음만 옮깁니다

그렇게 한 참을 오르다가 또 한 모금씩 합니다.

아! 좋다

그렇게 라도 내 뱉고 나니 한결 맘이 가벼워 지더이다.

아니 그 한마디에 열가지 숨은 뜻을 담아 냈으니 속이 시원할수 밖에요.

이제서야 내 시야에 빨갛고 노란 나뭇잎들이 하나 둘씩 곱게 보이고

멀리 있는 울긋 불긋 칠한 가을 산이 보여지기 시작하더이다..

 

난 가만히 당신의 손을 잡아 봅니다.

가슴속이 왜 그리 알싸하던지.

.

."자기는 우리가 잘 못 만났다고 생각할때 있어?"

난 또 나즉히 물어 봅니다.

.

.

"응! 있어 한번씩

 당신이 날 만나서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들때 그때는 그런 생각이 한번씩 들어"

"근데 당신은 그런 생각 많이 들걸!"

난 아무 말이 없습니다.

한참후에 말문을 엽니다.

"난 내가 당신 못 잡아줄때 그때 그런 생각이 들어"

 

 

우린 또 한 참을 싸운 사람 마냥 말이 없습니다.

잡고 있는 내 손에 조금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슬며시 손을 뺍니다.

나는 또 뒤쳐지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뒤로 쳐지니 저 위에서 날 보고 서 있습니다.

"자 내 손 잡아라.그래도 잡으면 영 낫다"

아무말 없이 손을 내 밉니다.

내 맘속에 작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서로 더 먹겠다고 신간하다 나에게 양보을 합니다.

 

한참을 더 걸은 후에야 우린 정상에 올랐습니다.

베낭을 둘러 맨 몇몇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자기야 우리 야호 함 하자"

"나는 안 할란다.하고 싶으마 당신이나 해라"

옆에서 누가 뭐라든 말든간에 소리를 질러 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더 진실하게 말하자면 악을 써 보고 싶었다고 해야 겠지요.

발악을 함 해 보고 싶었을 겁니다.

나는 두 손을 입에다 대고 있는 힘껏 야호를 외쳤습니다.

 

속이 후련해 지는것 같더이다.그렇게라도 한번 악을 쓰고 나니.

그런데 등 뒤에서 당신이 말 합니다.

"야호 소리가 왜 그렇게 떨리노?"

나는 내 속을 들킨것 같아 애써 딴청을 부립니다.

"우와!저기 억새풀 진짜로 많네 이쁘다 그치?"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은색 억새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거기에 나도 서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