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38

고 백....


BY 올리비아 2003-10-21

고백컨데.. -_-

사실 난 다른 요리는
다~ 잘 하는데

딱~못하는게 많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포기김치다.^^;

인간성 엿보이는 야그같지만
난 김치주는 사람을 젤~루 좋아한다.^^*

하여간 지금까지도 엄마한테서
김장김치를 원조해 먹고 있는 나.

옛날 아주 멋 옛날..
공포의 포기김치 사건이 있던 그날은

17년전 큰딸 백일 날이었다.

백일을 앞두고
마음만 심란하다.

아무래도 김치라도
담궈 놓아야 될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이론만 강한 나..^*^)

살림 초보시절..
포기김치 한번 담궈 보진 않았지만
까짓거..한번.. 해보는거야.

포기김치나 겉절이나
뭐 별 차이 있겠떠?~-_-+

그리곤 결혼때 사온
디따 두꺼운 요리책을

떠억~ 바닥에 펼쳐 놓고는
난생 처음 포기김치를 담그는데

배추 네포기
4등분해서 잘라놓자..

흐미*,*;
배추가 장난아니게 많다.

읔~-_-++
두포기만.. 할 것을..ㅡ,-;;

졸지에 잔칫날 앞두고
김장철이 되버린 그날.

심란한 표정으로 널려져 있는
배추들을 바라보며..

그래..결심했다!-_-^
꺄~짓거 한번 해보는겨!

다시 심오한 표정으로 천천히
요리책 옆에 펼쳐놓고 김치를 담그는데...
(큿~누가보면 김치 개발 하는줄 알았을껴..^^;;)

요리책에서 하라는데로
마늘 생강찧고.. 파썰고..
소금팍! 고추가루 팍팍!!^^*

하루 왼종일 배추하고
씨름하니 어느덧 포기김치 완성~~~~

헤~~^ㅡㅡ^;;
내가 해냈떠! 드디어 해냈다구!!

그리곤 잔칫날...
개봉박두!! 쨔쨘~ ^0^

요리책에 나오는
맛깔스런 김치를 떠올리며
흐뭇한 표정으로 김치통을 여니..

오머나...세상에나..
이..이게 뭐여?? *,*;

울엄니도..그렇게..
담그기..힘들다는..

그.. 뭐시냐..아 맞따!

빽..빽..빽김치..
빽김치가 되어 있던겨..@,@;

"고춧가루 팍팍 무쳤냥??"

갑자기 이주일 아저씨의 목소리가
내 귓전에 들리는듯 했다.

요리책..
믿을게.. 아니더라구~ㅜㅜ;

음식상 도와 준다고
대전서 하루 전날 올라온 올케언니..

"어머~김치가 왜이래?"

내가 담근 환상의 백김치를
보더니 그만 놀라 자빠질라 그런다.-,,-

(허긴~ 놀랄만도 하지..
요리 잘하는 언니도 못담그는
백김치를 내가 혼자 담궜으니..쩝..)

"에휴~~언냐~~어쩜 좋냥~~~ㅜㅡ;"
"푸하하~"

그날 손님들 잔칫상에 올라온
나의 신개발 백김치를 보곤

모두들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어쩌다가 김치가 이 모양?이 됐냐며

경악하며 내게 묻고 또 묻는데..에휴~

나 그날 백김치 프로젝트에 대해서
하루종일 설명회를 갖느라 무쟈게 바뻤다.-.-;;

하여간 울 첫딸 백일날은 그렇게 졸지에
백김치 신개발 품평회 날이 되버렸지..하하..

문제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신개발 백김치 맛을 한번 보면..

두번 다시 먹지 않는거다..

사실은..나..무쟈게 슬펐다.
누군 뭐..속이 없냥? 칫~ㅜㅜ;

두번 다시 흉내낼 수 없는 백김치!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 정체불명의 백김치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단 한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나의 사랑스런..
.
.
세살짜리 조카 지현이었다.

"꼬모! 김치 안매워~~히~^^"
"그려~ 지현아~마니 묵어~고모가 지현이 묵으라고 담근겨~ㅜㅜ;"

어흑~
이렇게 심성고운 고모있음 나와보라 구래!!칫!!

잔치가 끝난 후..
그 백김치 이쁜 울조카 먹으라고
올케언니에게 싸 주었다.

이렇게 뼈저린 포기김치의 추억을
17년동안 가심에 새기며 살고 있는 나..

며칠 전 막내딸과 슈퍼엘 갔다.
둘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장을 보는데

마침 냉장코너에서 포장되어
팔고 있는 포기김치가 눈에 띄자.

그것을 본 호기심 많은
못말리는 막내딸의 한마디.

"엄마~저 김치말야"
"뭐가?"

딸이 가르키는 포장된 김치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표 포기김치"

"포기김치?"
"웅~ 근데 엄마 저김치가 왜 이름이 포기김치인줄 알어?^^"

"왜 포기김치인데?"
"집에서 김치담그는거 포기하고 걍 사먹으라고 포기김치인가봐~헤~"

흠머!!!
아..아니..이녀석이..

어..어..어찌 알았지?
내가 포기김치 포기한 것을...어흑~ㅠㅠ;

무서버..무서버....
울 막내딸이 무서버...ㅡ,ㅡ;;

여러분!!
울딸이 그러는데요~

포기김치는요~
집에서 김치 담그는거 포기하고
슈퍼에서 사먹는게 포기김치래요!!

나 정말..
야때문에 몬 살겠떠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