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土心 |
거울 속에서 생경한 얼굴 하나가 날 마주 보며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얼굴빛은 누리끼리 물 들다 만 갈 잎 같고, 머리는 까치가 집 짓다 채 마무리 안 된 모양새고, 양 미간엔 골이 파였는 데 물 한 바가지는 능히 흘려 보낼 만큼이고, 눈꼬리는 내려 앉아 게슴치레한 눈동자와 영락없는 콤비임을 드러내고, 입술은 뭐 먹다 들킨 며느리 마냥 불퉁거려있고, 살결은 골 패인 이삭 이요, 목줄기는 쪄놓고 식은 번데기 주름에 버금가고...... 이 볼성 사나운 여편네는 언제 부터 여기 들어 앉아 있었더란 말인가. 아무리 봐도 낯설고 맘에 안 들기로 호통을 쳐 보지만 저도 덩달아 나를 향해 호통 치니 기가 막힌 노릇이라. 없어 져라 해도 막무가내요. 누구냐 물어도 소 잡아 먹은 귀신이요. 오히려 지 놈이 날 보고 몰라 본다 서러워 울부짖으며 헛 살았다 항변 하고, 억울 하다 강짜 놓으며 괄시 한다 포악질을 해 대니 난감 하기 그지 없더라. 하기에 대책 없어 '허허 허허...' 객적은 웃음 흘렸더니 그제사 그 여인네도 함께 활짝 웃어 주는데 왠지 콧끝이 찡 해 오며 연민이 생겨 나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인고. '그래 그렇게 웃으니 좋구나. 웃으니 봐 줄만 하구나 어디 내가 단장 한 번 시켜 보마.' 세수를 시키고, 청량한 스킨 로션으로 볼과 목을 문대 주고 뽀얀 분칠로 얼굴 가득 퇴색한 빛을 가려주고 쳐진 눈꼬리는 펜슬로 살짝 올려 선을 그려 주고 핏기 바랜 입술엔 앵두빛 진홍색으로 핏빛을 돋아 주고 볼엔 새악시인 듯 연산홍 분가루를 덧발라 주니 얼굴엔 갑자기 홍조가 뜨고 입가엔 샐쭉이 멋쩍은 미소가 머금어 지더라. 이왕 내친 거 머리도 빗고 부풀리고 만지면서 까치집 헤체 시켰더니 가일층 인물 나더라. 해놓고 보니 저도 좋고 나도 좋은지라 진작 이랬으면 내 널 서러워 하진 않았을걸...... 그러고 보니 니 죄가 니 죄 아니고 니 주인 죄렸다. ......... 어쩌다 거울 속에서 맞딱드린 내 모습에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갑자기 그 얼굴에서 세월이 묻어 나고, 삶이 묻어나고 내 맘이 묻어 날때 기쁘고 행복하기 보다는 슬프고 처량하기가 일쑤다. 겉이 무슨 대수냐...속이 차면 얼굴도 찬다. 이렇게 허울 좋은 강변도 해 보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모습과 표정 앞에서는 어느 것 하나 가려 지는 것도 없고 변명의 여지도 없어진다. 해맑고 촉촉하고 볼그레 하고 투명한 맘으로 세월을 산 그런 삶의 모습을 온 몸으로 말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는 그만 위축되고 부끄러워 쥐 구멍을 찾아 든다. 흔들리지 말라는 불혹도 여전히 흔들리고 휘청대며 중심 없이 간다. 그러니 얼굴에 책임지라는 말이 내겐 비수가 안 될 수 없다. 내가 만든 이 얼굴...미안 하고 안스러움이 당연하고 마땅하다. 누가 흰 머리는 자식의 나이 수 만큼이요, 주름은 자식 큰 키 만큼이라 했던가 그럴듯한 위안이지만 그 것 만으론 시린 가슴이 다 채워지질 않는다. 찬 바람 돌고, 볕이 식어 세상이 서늘해 가니 몸도 맘도 덩달아 식은 건가 오늘 아침 유난히 까슬해 보이는 내 모습에 화도 나고 연민도 생겨 얼굴에 단청 불사 한번 해 본 것이다. 바늘 구멍에 황소 바람 들어 오는 것은 집이나 맘이나 마찬가지. 창문에만 문풍지 바를 것이 아니라 맘에도 단단히 문풍지 발라야 하려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