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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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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BY 雪里 2003-10-16

출근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하는것도 아니면서

왈그락 달그락, 얼렁뚱땅 설겆이를 해서 엎어놓고  주방을 나왔다.

 

아침 식사도 미뤄놓고 거실에서 아침 연속극을 보고 계시던 어머님이

연속극 보던것을 포기한채  궁금함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거실을 몇번이나 가로 질러다니며 

끓는 보리물의 하모니카소리를 죽이고

딩동거리는 세탁기의 전기 코드를 뽑고 

로숀 안묻은 한손으로 바구니에 빨래를 꺼내 담느라

부산스럽게 허둥대는 며느리를 쳐다 보시더니

한마디 하신다.

 

"아침은 먹은겨? 테레비에서 그러는디 아침 굶는게 아주 나쁘댜~

오늘 어디 가냐? 밥 한술 뜨고 나가~~~!"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를 보내는 내가

간다고 해야 기껏 어쩌다 모임이 있는날이면

조금 벗어난 교외에  나가 점심을 먹는게 고작인데,

별로 예리 하지 않으신 어머님의 관찰력으로도

늘 아침이면 나가는 며느리의 움직임만으로  

오늘은 여느날과 같지 않음을 알아 치리셨나 보다.

 

거울앞에 서서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져

평상시 오분 이내 이던 시간이 이삼분을 초과하고

늘 입는 청바지를 기지 바지로 바꿔입고,

두꺼운 양말대신 스타킹을 신고.....

 

"점심을 나가 먹을 일이 있어서요~! 다녀 올께요! "

 

오늘도 여지없이 늦잠을 잤다.

손님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제 밤낚시를 갔다가

남편이랑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집에 왔는데

갑자기 내려간 기온이 뒤뚱거릴만치 껴입은 옷도 뚫고 들어와

오들 오들 떨고 왔더니

아버님이 며느리 올시간에 맞춰 눌러놓으신

전기요의  따뜻함에  그만 아침에 일어날 시간을 놓쳐 버린거다.

 

지금도 어머님은

일어나셨을때 조용하면 주방에 들어가 아침을 지으신다.

이제 며느리가 또 며느리를  들일 만큼 되었는데도

며느리 장사를 시키는게 안스러우신 때문인지

깨우실 생각을 전혀 안 하신다.

거기다 며느리인 나는 게으름에 익숙해 지려고까지 하고 있으니

큰일 날일이다.

 

계단을 내려오며 내려딛는 발의 무게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게 무게되어 밟힌다.

싫은내색 하지 않으시는 어머님의 마음이

사랑되어 가슴에 꽉꽉 채워진다.

 

저녁에는 열일 제치고 일찍 들어가야지.

어른들 좋아 하시는 반찬 사가지고 들어가서

맛있게 저녁  지어 드려야지.

 

스쿠터의 낡은 엔진 소리가  아침을 시끄럽게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