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 해를 닮은 친구가 있습니다.
늘 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니 정말 해를 닮아 갑니다.
자기는 촛불이나 걸레 같은 제 희생을 담보로 한
남의 행복은 의미 없다고 말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싫다고 말 합니다.
자기의 밝음으로 남도 밝힐 수 있는 해가 좋다고 합니다.
정말 30여년 묵은 내 살과도 같은 친구 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사는 친구를 난 진정으로 敬愛합니다.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나 또한 진심으로 원합니다.
근데 내 살아온 인생 여정이 "나도 그래" 그 말을 선뜻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어거지 답글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밤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왜 여기에 이런 말을 옮겨야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털어 버리고 싶어 이 곳에 내려 놓습니다.
" 말이 희생이지 희생이란게 존재 하기는 하니?
절대적인 犧牲이 어딨겠어.
희생만 하는 인생이란 게 있을까 싶지 않다.
궁금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두 글자 다 '소牛'변에 음만 엊혀 있구나
소처럼 사는 인생이 희생인가 보다 그리 느꼈다.
흔히 희생을 대표하는 말 중에
부모가 자식위해 희생했다는 말인데
그도 가슴에 손 얹고 생각해 보면
반은 거짓이라고 내 양심은 말 한다,
.
허울 좋은 명분에 나 자신도 속아
억울하다 항변 할 때도 있었지만
절대로 그건 아니야.
하물며 누굴 상대로 희생이겠니.
역할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여건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표현이 다르고, 책임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고, 습이 다르고
행이 다르고, 방도가 다르고
추구 하는 가치가 다르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다르고 ....
그냥 그렇게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기대고 부비며 더불어 사는 거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사람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난.
해도 제 몸 안 태우고는 빛을 낼 수 없을건데
내 보이지도 못하고 태우는 그 고통은 짐작도 어렵다.
해도 달도 안 보인다 하여 없는 것은 아니고
서로 제 몫이 있으니 비추일 때를 기다리는 거지.
해를 보고 희망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달을 보고 위안을 삼고
별을 보고 미래를 꿈꾸며
촛불을 보고 소망이 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어찌 해만 밝음이라 칭하고,희망이라 칭할까 보냐.
걸레도 그렇다.
세모시, 비단이야 조심스러워 만지기도 어렵다만
다 헤진 걸레야 무슨 오물(허물)인들 못 닦아 낼까
가깝고 필요 하기로 말하면 비단, 모시 보다는 걸레지.
그렇다고 보면 희생이 아니고 역할인 걸 거야.
친구야, 네가 말한 뜻은 이거지?
이왕 선택할 역할이면 '해'가 되겠다고
해 같은 밝음이 되겠다고...맞나?
근데 난 다 좋으네.
해는 해라서 좋구.
달은 달이라서 좋구,
별은 별이라서 좋구
촛불은 촛불이라 좋구...
걸레는 없음 하루도 못 살겠구
비단없인 살아도 걸레 없인 안되지.
그리고 살다 보니
밝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어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동시에 공존 한다는 걸 느끼겠던데.
빛이 강할 수록 그림자는 짙고
산이 높을 수록 계곡은 깊고
해를 따르는 내 뒤엔 그림자도 영락없이 동행하고.
..........
오늘 네가 내게 보낸 메세지를 보고
많은 반성을 했다.
내게서 나가는 파장이
밝음의 파장이 아닌 어둠의 파장인가 하고.
나도 내가 사람들 가슴속에
희망이며, 밝음이며, 믿음이기를 소원 한단다.
다만 밝음이 상대를 향하기에
설령 어둠이 내 몫이 된다 해도
밝음 존재가 없어진 건 아니므로
해바라긴 언제든 필 수 있지.
비추이기만 하는 인생도
비추임을 받기만 하는 인생도
절대로 없다고 난 다시 한 번 확언 할 수 있고
아울러 주고 받은 것 털고 보면
결국 담을 수 있는 각자 그릇 만큼인데
그 것 역시 티끌 차이더라 이 말이 하고 싶구나."
순전히 역설이였다고 고백하고 싶어요.
해처럼 사는 친구가 부러운데
그 말 하기가 어려웠나 봐요.
아직도 홀딱 벗지 못하는 내 자존심은
몇 년을 더 살아야 흔적 없이 벗겨 질까요.
이 아,컴 방에 등 떠 밀듯 밀어 넣고
정작 나 보다 더 가슴 졸여하며
열람 횟수와 답글 헤아리는
나 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친구를
진정으로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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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이여, 해는 낼 아침에 영락 없이 뜰 겁니다.
지금 좀 어둡더라도 잠시만 기다리면
밝음은 거짓없이 옵니다.
제 친구의 그런 해를 여러 분들에게도
고루 나눠 드리오니
맘 껏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