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지방으로 다녀오는 길에 한강에서 불꽃놀이 축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서울로 진입을 하며, 구두로 들은 소식으로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이며 작년엔 엄청난 규모였다는 말 하나만 믿고 나름대로는 '세계 불꽃놀이 축제'이며 미국편,중국편,과 다른 또하나의 나라가 참가한다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듣고 한강근처를 배회하며 8시에 시작된다는 불꽃놀이를 기다렸죠.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한강둔치로 몰려나오더니 급기야 원효대교는 통제가 되는데 우리는 아직 '안막히면' 20분쯤 되는 거리를 차들이 몰려나와 주차장이 되어버린 동호대교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 되어버렸구요.
결국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겨우 도착한 한강둔치에는 안데르센의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에 홀려 따라가는 마을아이들이 연상될 만큼 그 수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한 곳만 주시하며 같은 방향으로 물흐르듯 움직이더군요.
내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함성..박수..감탄..
한강 다리를 훓고 터지는 그 불꽃의 축제는 생각지 못했던 보너스를 얻은 기분으로 어디에 홀린듯 조금 더 가까이서 보려고 군중들을 따라 움직였어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여기다 모였겠다...싶을 만큼 정말 헤아리지 못할만큼의 수많은 사람들...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라 시간적인 영향도 있었겠지만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 감성적으로 그 불꽃놀이를 받아들였을거라 생각해요. 색다른 것을 보려는 기대에 부푼 사람들의 입에서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함성들이 터져나왔으니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지...
소설에도 서론,본론,결론으로 전개가 되고 모든 음악이나 문화에는 그런 코드로 진행이 되는데...
그 불꽃놀이는 서론도 결론도...그 흔한 에필로그,프롤로그가 없더군요,
그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본론만 던져주고 아무런 여운없이 30분간 형형색색으로 터지던 불꽃놀이는 별다른 특이함 없이... 아무런 뒷수습 없이 사람들을 허탈하게 끝을 내버리더라구요.
그런 불꽃놀이에 왜 '세계'운운하는지..'축제'운운 하는지...
그냥 일반 지방의 작은 축제에도 그만한 불꽃놀이는 볼 수 있었는데...
모두 한곳을 주시하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던 군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내며 시시하다...라며 다시 뒤돌아 오던 방향을 되돌아갔습니다.
누구에게 속은 기분...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허탈한 심정이 드는 건 왜였는지...
그런 축제를 만든다면...어떤 음악이나 아니면 조명이라도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를 알려주는 매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축제라는 말을 듣고 찾아간 사람들이 무색하지 않게 말이지요.
그 빛의 축제라는 루미나리에는 적어도 그런 허망함은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볼 기회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