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동사무소 직원에게서 확인전화가 왔었어요..
겔러리아 대훈문고에 함께 책 보러가기로 약속을 했었거든요..
사실은 요즈음에 감투를 또 하나 썼걸랑요..
동사무소에서 지원하는 책읽는 모임 총무..
책을 많이 읽는다기보다는 좋아해서 자주 서점을 들락거린 경력(?)이
회원들에게 양서를 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기냥 얼굴살 뚜꺼분 왕푼이 버젼을 주 무기로
기꺼이 수락한 자립니다요.. ^^
(기왕이면 통반장까지 다 해먹으라고라?? ㅋㅋ..)
(시켜주면 할지도.. 요즘 통장은 월 급여도 월맨가 준대는데..)
(백조 아짐마쟎유~~~ ^^ )
어른들 늦은 아침식사 드리고는 설거지 마치고
외출준비 시작하려는 참인데 아버님이 마침 나가신다 하더라구요..
후다닥 옷만 갈아입고 화장도 못한채 색조 화장품 주섬주섬
가방에 넣고는 따라 나섰죠..
색조화장을 그리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은 몬되야서
분칠 쪼매하고 립스틱하고 펜슬만 대강 그리면 되는데..
어쩌다보면 따라나서는 차 뒷자리에서 화장 하기가 일쑤입니다.
직장 다니는 바쁜 아줌마도 아님시롱
맨날 집안에서 별 굿을 다하며 정신 파니라고 바빠서리.. ^^
그런데 오늘은 차 안에서 화장 안했어요..
약속시간도 좀 널널한 참에 시아버지 운전하시는 뒷자리에서
심란하게 가방 열어재끼고 난리를 피우느니,
오늘은 동사무소 앞 아담하고 한적한 숲밑들 공원에서 화장하고
동사무소 들어가면 되겠다.. 싶더라구요..
오전 10시의 아침햇살이 내리쬐는 공원..
그 누구더라.. 프랑스 시인.. 아 맞아요.. 쟈크 플레뵈르..
공원이라는 시..
햇살이 퍼지는 어느 겨울 아침에
몽수리 공원에서 연인과 입맞춤을 했다는 그 시가 생각 났어요..
(가만 있어바바요.. 책 찾아다가 그 시 올려줄게요..)
공원
우주 속의 별
지구 속의
파리
파리의 몽수리 공원에서
어느 겨울 아침의 햇빛
네가 내게 입맞춘
내가 네게 입맞춘
그 영원의 한순간을
다 말하려면
모자라리
수백만 년 또 수백만 년으로도
히야~~~~ 멋지지요??
시방 내 편지를 읽는 그대.. 그런 입맞춤 해 본적 있나요??
있다고요?? 언제?? 첫사랑하고의 첫 입맞춤?? ^^
에구.. 어느새 또 다른 샛길로 빠져드는 중.. ㅋㅋ..
노인분들이 벌써 오셔서 벤치에 앉아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어머나..
우리동네 아담한 숲밑들 공원에 음악이 흐르고 있지 뭐예요..
그것도 여인의 향기에 흐르던 음악이요..
럴 쑤 럴 쑤 이럴 쑤가 우리동네 좋은 동네.. ^^
오전의 햇살이 우아하게 퍼지는 공원에서
여인의 향기를 들으며 화장을 하는 여자..
흐~~~ 분위기 끝내줬지요??
(나만 혼자 신난 건가?? ㅋㅋ..)
화장이래야 뭐.. 기본바탕이 원래 탄탄하니
5분도 안되서 쓱싹 해치우나 정성을 다 들이나
그 얼굴이 어디갈 리는 없고.. ^^
(아이고 내가 말해 놓고도도 무쟈게 쑥시럽네요.. 캬캬)
물론 화장을 하는 동안에 감미롭게 흐르던 여인의 향기는 끝났구요..
가만히 보니까 소리가 공원에서 울려퍼진 게 아니고
동사무소에서 흘러 나온 소리더라구요..
동사무소에서 주민 복지 차원으로 에어로빅도 가르치는데
요즘 경연대회 나간다고 연습이 한창이라더니
주제 음악이 여인의 향기였던 듯.
음악이 끝나자 곧 이어 연습하는 구령 소리가 들리지 뭐예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내겐 참 감미로운 시간이었다는 말씀.
몽수리 공원의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연인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
책요??
물론 서점에 가서 임무완수 하고 왔지요..
어제는 총 40권을 구입했어요.
모임 회장님도 함께 가시기로 했는데
영업하는 분이라 바빠서 못오고..
덕분에 제 맘대로 다~~ 골라 왔지요..
모두가 내 책인 양 행복한 마음으로.. ^^
물론 제 개인 책장에 있는 책들과 중복된 책도 있지만..
책장을 뒤적이며 고를땐 언제나 뿌듯한 마음이 되니까요..
제 개인적인 책으로는 야만인을 기다리며.. 라는 책을
한권 골라왔어요..
책장 근데군데.. 100년 동안의 고독.. 같은
깊은 바람이 느껴져서 골라왔는데..
얼핏 본 작가 소개 중에 이름도 낯이 익은 것 같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어쩌구 하는 것도 무심코 넘겼더니..
집에 오는 길 약국에 들러 연고 하나 사는데..
약사 아저씨가 책표지 보더니 그래요..
노벨문학상??
아.. 그랬어요.. 올해 노벨 문학상 탄 사람이 쓴 책이더라구요..
어쩐지 책장 몇장 뒤적이는데 느낌이 확~~ 오더라니..
거의 동물적인 감각입니다요.. ㅋㅋ..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책을 읽기에도 화장을 하기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원에 나가기도 좋은 계절이예요..
투명하고 화사한 가을햇살처럼
내 사랑하는 님들 모두
무엇을 하든지 참 기쁘다.. 느끼는 가을이시길 바래요..
정말 좋은 계절이쟎아요.. ^^
炅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