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찜질방에 갔슴다.
울 남편 눈꼬리 또 올라 갔음다.
찜질방 한번 갈려면 며칠전서부터 작업에 들어가야함다.
에고 허리야, 피곤이 안 풀리네, 치질기가 도지는 것 같아...., 기타등등임다.
울 남편 찜질방 별로 안 좋아함다.
나와 울 아들은 엄청 좋아함다.
얼마전까지 7살 아들 6살이라 속이고 같이 갔슴다.
이제는 안 통함다.
다른 아줌씨들이 눈치주며 울 아들 꼬추만 자꾸 쳐다봄다.
그래서 이젠 혼자 다님다.
비닐백에 준비물 챙기면 울아들 눈치채고 나도갈텨~나도갈텨~함다.
아들은 아빠와 함께여야 하는데 술자리에는 꼭 데리고 다니면서 아들 좋아하는 찜질방에는 안 데리고 다님다.
아들 목청은 더 올라 감다.
울신랑 열 받음다.
난 눈치보며 빠져나와 찜질방으로 직행함다.
만화책 몇권 빌려가면 금상첨화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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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땟국물 벗겨내고 냉탕 온탕 부지런히 오감다.
자수정방, 은방, 숯방, 황토방.. 없는 게 없슴다.
완전 내 세상임다.
또 사우나에 들어갔음다.
돌절구속에 왕소금있음다.
한웅큼 집어 내 고민거리 뱃살에 열심히 문지름다.
이왕 문지르는거 온몸에도 하기로 함다.
한주먹 쥐었음다, 그리고 잠시후....
윽! 온몸이 찌릿찌릿, 따끔따끔
밤송이에 찔린것 갔음다.
소금뿌린 미꾸라지 마냥 요동치기 일보직전임다.
본전 뽑느라 온몸에 빨간 자국 날 정도로 이태리 타올로 빡빡 밀었던 탓이었음다.
튀어 나오려는 비명을 삼켜야 했음다.
눈물 한방울도 흘렀음다.
다른 아줌씨들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음다.
그 눈속에 고소함이 들어 있었음다.
발가벗은 내 자존심 지켜야 함다.
있는 힘을 쥐어짜 태연작약을 가장함다.
먼저 나오면 그 아줌씨들 입안의 껌 될까 눌러 앉아 있음다.
숨은 차오고 온 몸은 따갑고 정말 미치는 줄 알았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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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탈출을 했음다.
냉탕으로 직행했음다.
찬물 한바가지 끼얹고 물속으로 들어 갔음다.
살 것 갔음다.
잠시후 여유를 되찾고 시원함을 즐기고 있음다 .
그 냉탕 무지하게 컸음다.
먼저 들어와 있던, 왕소금사건으로 날 고소해 하던 그 아줌씨들 유유자작하게 수영을 하고 있음다.
그 중에 한 명,
머리만 물 밖에 내 놓고 물 한방울 안 튀기고 인어 공주마냥 우아하게 개구리 헤엄을 치고 있음다.
나도 해보고 싶었음다.
결혼 전 나의 수영실력은 자유형으로 20미터정도 였음다.
결혼 후 수영과는 담 쌓고 살았음다.
설마 그실력 어디 갔겠어? 그까짓 목욕탕쯤이야 하고 생각 했음다.
한참을 기다려 나 혼자 남았음다.
바로 기회였음다.
깊은 심호흡을 하고 두발로 벽을 차고 힘차게 출발했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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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에고 ~~~~, 역시나 였읍니다.
결혼 10년동안 해마다 꼬박꼬박 1키로씩 불려왔던 몸무게는 나비같이 가벼운 나의 생각을 따라 주지 못했던 것이였음다.
두어번 발장구질에 완전 기진맥진 이였음다.
가라앉은 맥주병마냥 물만 먹고 일어섰음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임다.
완전 물귀신 모습으로 냉탕을 나오자 날 바라보고 있던 그 아줌씨들 눈길과 딱 마주쳤음다.
또 한번 자존심 구겨졌음다.
눈에 물이 들어가 앞은 잘 안보이고 물먹은 탓에 사래가 들려 기침이 나올려 함다.
그래도 꾹 참았음다.
눈은 시리고 목안에서는 기침이 막혀 재채기가 마구마구 나올려 함다.
참아야 함다.
우아하게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음다.
그리고는 얼굴의 물기를 털어내는듯한 모습을 취하며 살짝 코를 눌러 물기도 빼냈음다.
그 와중에 두눈을 열심히 깜빡거려 시야를 확보 했음다.
대충 응급조치는 했음다.
하지만 아직 재채기문제는 남아 있음다.
이대로 문밖으로 나가면 또 입안의 껌 신세임다.
순간,
다시 사우나 안으로 향했음다.
제일 깜깜한 사우나를 택해 밖에서 보이지 않는 구석자리에 자리잡았음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재채기를 쏟아냈음다.
또 한번 위기를 넘기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음다.
나가고 싶었음다.
하지만 금방 나오면 그 아줌씨들한테 내 속이 보일것 같아 또 참아야 했음다.
그 뜨거운 사우나안에서 오래오래 참았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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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렇게 나는 찜질방을 진정으로 애용하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답니다.
_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