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은 신랑 아침을 챙겨 주지 못했다.
늘 아침잠이 많은 나이지만 몇번의 나와의 약속을 거듭하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아침은 챙겨 먹여 보내려고 애썼다.
진짜루 애 많이 쓴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나의 성심과 애정의 결정체인 아침밥상을 외면하고 나가다니
꽤심한것 같으니라고...
이 분을 어찌 다스린단 말인가?
지도 대개 열받아 갔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별 반찬과 국은 아니지만 생선이라도 먹여 보낼려고 밥 짓고 국 끊이고 생선 굽고 정결한 밥상을 차려주니,이 사람보게
어디서 하는 버르장머리인가?
"여보시오, 실랑 그대는 정녕 나의 남편이요?
어찌하여 의로움을 불의함으로 대하며 어찌하여 밥상을 외면하고 너 잘났다고 나가는 것이요?
대체 이것이 머하는 짓거리란 말이요 당신의 그 쓸떼 없는 자존심이 무엇이라고 자랑하며 나가는 것이요
그렇다고 겁 낼 내가 아니잖소?
정녕 그렇게 나가신다면 나도 생각이 있소이다.
앞으로 아침 진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차려내지 않겠소이다.
그러니 당신도 생각해 보고 철저히 반성하시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시요"
그렇다 나는 나가는 실랑의 뒷통수에다 대고 이렇게 말했다. 물론 위에 쓴 글은 구어체로 풀어 쓴 것이다.
사실은 나도 화가 나서 좀 거칠게 말했다.이렇게 말이다.
실랑: (큰 소리로 열받아서 눈을 부릅뜨며 한마디) 야!!!!!!!!!
밥상차리는 여자:아니 자기가 잘못하면서 왜 큰소리는 치고 날리야
실랑:(국에다 밥을 말면서)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밥상차리는 여자:아니 자기가 잘못하면서 할아버지한테 전화 한 통 해달라고 하니 밥 먹기 전에 하면 돼잖아
전화 하는데 시간이 10분이 걸리냐 5분이 걸리냐 2,3분이면 될꺼 밥 먹고 나면 나가기도 바쁜 시간인데 그게 머가 잘못됐다고 그러는데
니가 잘못하면서 오히려 큰소리는 왜 치는데?
실랑: (열받아 현관으로 나가서 차키를 들고 나가버린다)
밥상 다 차린 여자:(남편 보란듯이 오히려 현관문을 닫으며)왜 밥은 안 먹고 나가는데 그래 쳐 먹지 마라 쳐 먹지 마!
오잉 나도 너무 열 받으니 먹지 말라소리는 어디로 가고 쳐 먹지 말라는 소리가 그냥 나온다.
우와 나도 험한 말 막 나오네 실랑은 벌써 가버리고 없는데 계속 험한 소리가 막 나온다.
분이 안 풀리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열 받아 말 막 나오는 여자:왜 밥은 안 먹고 가는데?
열 받아 밥 안 먹고 간 남자:그만해라,그만해
그만두지 못한 여자;멀 그만해 그럼 앞으로 밥 먹지 마! 따따따다
그만하라는 남자:묵묵부답
더 열 받은 여자:(핸드폰을 끄다)
아 좋은 일 하라고 부추기다가 이런 일이 생기다니,실랑이 말아 놓은 국밥(?)을 본다.
실랑이 말아 놓은 국밥: 나는 어쩌죠?
국밥을 쳐다보는 여자:내가 대신 먹어 주지!
실랑의 숫가락:저는 아저씨 것이거군만은요
국밥을 먹겠다는 여자:시꺼!내가 다 먹을 께야! 지금 이 판국에 니꺼 내꺼가 어딨써 밥이나
실컷 먹을란다
누워 있는 생선:나도 먹을 껀가요?
쬐려 보는 여자:조용해 오늘 모두 죽었어!
(밥상 위에 밥찬들이 쥐 죽은듯 흐느끼고 있다.)
다 먹었다. 실랑은 어디서 한끼를 떼울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을까? 아니면 회사에 가서 화장실에서 울면서 빵으로 끼니를 떼우
는 것일까?
요즘 자꾸 살이 빠지는 것 같아 볼 때마다 속상하고 신경 쓰이는데,이 사람은 내 마음도 모르고...
그러나.?
아니다. 연민과 감정에 빠져서 될 일이 아니다.
그래 밥 먹지 마!
먹지마! 나도 밥 안 차릴래
사실 우리 실랑이 제일 무서워 하는 소리가 아침밥 안 준다는 소리다.
그래 내 가심에 불 붙이고 물 붓어서 재만 남기고 연기만 모락 모락 피우고 갔겠다?
싱크대의 팽겨쳐진 그릇들:(애원하는 눈빛으로) 우린 언제 씻어 줄 껀가요?
파업하는 여자: 오늘 모두 파업이야! 나 안해!
거실이며 방에서 날아다니는 먼지들:우와 파업이래 신난다.
욕실에 있는 삶을 빨래들:또 파업이래? 문제야 문제! 대체 우린 언제 삶아 줄 껜데?
파업하는 여자:시꺼 모두들 조용히 해 문제를 일으키면 국물도 없어 무한정 파업 할꺼야
아 그냥 간 실랑도 괴롭겠지만 내 가심도 아프다.
다음 부터는 조용히 따져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 나지 않도록 하자.
조용 조용히 조근 조근 싹싹하면서도 애정있게 표 안나면서도 실랑 머리에 쥐(?)나도록.....
나중에 실랑한테 문자를 보내야 겠다
이렇게...
문자 때리는 여자: 그래 밥 먹지 마라 밥 먹지 마! 나도 파업이다. 파업하러 나는 친정 갈란다
내 안에 성숙하고 싶어하는 속 사람이 철이 날라면 아직도 멀었나 보다.
그래 그래두 미안하다고 문자가 실랑한데 날라오면 못 이기는 척 용서해 주자
파업을 철회하는 여자: 자 ~청소하자!
빨래들과 설겆이들:우와 신난다. 모처럼 깨끗해 지겠군
날라다는 먼지들: 오늘 쟤 건디션이 이상한거 아니야?
종일 파업은 철회하나 속으론 계속 이런 말이 나온다.
아직 용서하지 못한 여자: 그래 밥 먹지 마라 먹지마 쳐 먹지마!!!!!!
*우리 실랑요 밥 안 먹고 갔더래요,안 먹고 가면 지 손해지요 그런데요 내 마음 모르니 미벼
죽겠써요 우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