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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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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만들기..


BY 해결사.. 2003-07-07

순간순간을 나를 만족시킬만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행복찾기에 열심인 전 분명 심각한

환자입니다..

며칠전..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찾아들었던 식당마당에

한눈으로 봐도 정성들여 가꾼 봉숭아임이 분명한데 그걸 따 가라는 

인심좋은 주인아줌마의 권유로 한웅큼 따왔던 봉숭아잎..

 

그날은 계속된 과로로 몸살직전인 남편의 자기만 돌봐달라는 투정에

미처 손쓸새도 없이 봉지째 냉장고에 집어넣어 놨던걸 오늘에서야

기억해내구선..추억만들기의 날로 정해보았습니다..

 

장마철이라

하늘가득 뒤덮은 구름으로 흐린날씨라 하더라도 제법 무덥구만..

요즘의 또다른 즐거움..

한살이라도 더 들기전에 청쟈켓한번 입어보리라는 생각으로 장만한

쟈켓을 걸치고 백반을 사러 나서는 거울속에 비친 내모습..

단발퍼머를 뒤로 해서 반쯤 잡아 핀꼽아 묶은 머리결이 자연스레 흘러내려

쟈켓안에 바쳐입은 원피스랑 어우러져 아주 이쁘게 보입니다..

 

갓결혼한 20대 중반..

둘다 없이 시작한 생활이라 10여년은 나를 죽이고 살아야만

남들과 엊비슷한 형편의 가정환경안에서 아이들을 키울수 있을거란 믿음으로

젊음을 무기삼아 외모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살아냈던 시간에 비한다면

아주아주 호사스런 꾸밈이기에 거울속에 비친 제모습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지어봅니다..

아무리 무더워도 벗고싶어하지 않는 나를 살짝 비웃으며..

 

젊었을때 부지런히 가꾸어야만 나이들어서도 이뿌다며

궂이 사양하는 나를 끌고 미용실에 찾아들던 내 시어머니..

당신위해 먹는것조차도 아끼신 꼬깃꼬깃한 돈으로

부족한 며느리 퍼머시켜주셨을때의 그머리모양을 젤루 좋아하게 되었는데

요즘의 제모습이 늘 그머리모양입니다..

 

문득 어머님의 그 사랑기억나고 거울속에 비친 모습또한 맘에 쏙 드니

더없이 행복한 맘으로 백반을 사와서는 도깨비방망이로 봉숭아잎을 찧으며

딸의 가슴에 물들여줄 추억한가지 남겨줄 시간앞에서 마냥 행복한 맘입니다..

 

작은 밀폐용기에

한번 물들일때마다 필요하겠다싶은만큼의 분량으로

나누어 담아 냉장고에 넣어놓고 딸래미를 기다리는 시간..

이제..나보다 훌쩍 커버린 딸이 돌아오면 가늘고 길다란 손가락을 잡고  

그끝에 랩으로 둘러서 엄니가 사다주신 명주실로 칭칭동여매주면서 

 손톱에 물들여질 이뿐색만큼 아름다운 추억을 심어주겠지요..

 

내딸의 가슴에 추억하나 남겨줄수 있음에

추억남겨줄 딸이 있음에

새삼스레 행복한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