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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화감독


BY 스카렛 2003-06-18






아름다운 영화 감독 사랑의 동화 1


소년은
그 때까지 산골에 묻혀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외부 소식은 방물 장수에게
가끔씩 듣는 것이 전부였다.
그 중에서 영화얘기를 들을 때 신나했다.

소년은
방물 장수가 떠난 뒤
산마루만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기다리던 방물 장수는
보름이 지나고 1달이 지나고
3개월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방실방실 잘 웃고
말을 잘 듣던 소년은
점점 웃음이 없어지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 때까지 소년의 어머니도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오직 말로만 들었다.
아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왔다.
산에 난
약초를 물물 교환으로 바꿔 생활을 할 뿐이었다.

돈이란
그닥 산중에서 필요치 않았다.
어머니도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방물 장수가 올 때가
휠씬 지났는데 왜 오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방물 장수는
산 중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용품을
다 전달해주는 것과 다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산중에 사는 사람들이 읍내 장까지
나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마음에 걸렸다.

혼자서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날이 많았다.
방물 장수에게 들었던
그 영화 얘기 속으로 달려 가곤 했다.

산 너머의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타올랐다.

소년은
광에 있는 항아리에서
콩 한 되를 퍼 보자기에 담고 그 길로
집을 떠났다.
소년은
처음 신나게 산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너무 마음이 급한 나머지
돌뿌리에 넘어져
그 콩을 다 쏟아버렸다.

그것을 한알 한알 다 줍고
읍내에 갔을 때 해가 지고
읍내 장터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없었다.

소년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손에 쥐고 있는
콩 한 되 뿐이었다.

그것으로 영화를 보여 달라고 떼를 쓰자
내일 저녁이 되어야 상영한다고 했다.

소년은 그 콩 한 되를 내밀며 그간의
얘기를 소상하게 하자,
다른 사람들은 다 반대했지만

무성 영화 변사를 맡은
그 아저씨는
소년을 위해 영사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아저씨는 자기 나이 정도 되면
소년이
영화감독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먼 후일 아저씨의 예감이 맞았다.

그 소년은
충무로에서 유명한 감독이 되었다.
그 때 아저씨는 변사를 끌 날 때마다
아이들의 꿈을 꺾지 말고 아름다운
꿈을 키워주는 것이 영화입니다라고
관객들에게 말했다.

소년은
감독이 된 뒤에도 그 말에 목숨을 걸었다.
기자들이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열정이 식을 줄 모르고
좋은 영화를 만드냐고 인터뷰를 하자
자신은
그 방물 장수와, 무성영화의 변사를 맡았던
그 아저씨의 마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