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남자가 하나일때 ◇ 강아지는 귀엽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난 그들이 풍기는 냄새와 뒷처리 해주는게 싫어서 강아지 키우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우리집 세남자는 강아지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긴털을 가진 애완견 아롱이와 누런빛깔의 능글 능글하게 생긴 누룽지(개이름) 두마리가 우리집에서 자라고 있다. 내남편은 친구들 4명과 포크레인까지 동원을 시켜서 강아지 집을 지을정도로 너무 강아지에게 정성을 다한다. 그런 그가 가끔 싫다. 차라리 그시간에 아이들하고나 놀지 하는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 나의 생각을 바꾸어준 계기가 오늘 오후였다. 동물병원에 강아지를 데려가서 주사를 맞혀가지고 와선 따뜻한 물을 밖에 내어다가는 커다란 통에 붙고는 강아지를 목욕을 시키는 것이다 그모습을 본 아들 두 녀석이 좋아서 아빠 곁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아빠의 심부름을 다 한다. 개 목욕삼푸도 가져다 주고 개 털 빗어주는 빗도 가져다 주고 수건도 들고 서있고 물도 떠다 주고 강아지 목욕시키는 세남자의 모습은 참 보기가 좋았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 놓은듯이 서로 웃으면서 두마리 강아지를 목욕시키는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강아지 냄새 난다고 투덜거리던 나 강아지가 배설물 있다고 얼굴 찡그리던 나만 왕따가 된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따라 바가지에 따뜻한 물 한바가지 떠다 주고 왔다. 깨끗하게 씻어 놓으니까 능글능글 누룽지도 예뻐 보이고 하얀색깔 아롱이는 더 귀여워 보인다. 두마리의 강아지가 세남자를 하나로 묶어 주는 힘이 있는듯이 예뻐서 어쩔줄 몰라라 하고 쳐다 보며 서있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세남자가 하나임을 새삼 느껴본다. 2000년 9월 24일 일요일 ==지리산 아낙네 베오울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