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오면 한번쯤 찾아가는 산골마을이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공장지대여서 어수선하지만 그 입구만 벗어나면
공장지대는 금방 사라지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산야가 눈에 들어온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내를 사이에 두고 꽃나무로 단장한 예쁜 전원주택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밭엔 파릇파릇 봄나물들이 뾰죽 얼굴을 내밀은 아름다운 산골마을.
내를 끼고 구불구불 산속을 향해 한참 오르다보면 이 마을 끝자락에 다달은다.
마을 끝자락 골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등산길에 오른다.
산속엔 달래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몇걸음 못가고 주저앉아 달래를 캐기 시작한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살랑살랑 봄바람을 어루만지며
달래를 한아름 캐어 배낭에 집어넣고 몇걸음 가다보면 드릅밭이 나온다.
야생의 드릅은 띄엄띄엄 퍼져있어 보물찾기라도 하는양 그 주변을 맴돌며 드릅을 찾아낸다.
올해는 조금 일러서 그런지 드릅이 이제서야 고개를 쏙 내밀어 다음 등산객에게 양보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삭바삭 마른 낙엽을 밟으며 경사 가파른 산을 한참 오르다 보면 땀이 비오듯한다.
산 정상은 능선으로 죽 이어져있어 능선을 따라 한참 걷다 제일 높아 보이는 봉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올라오던 길에 캔 달래를 손질하며 이런저런 얘기 꽃을 피운다.
하산길,
완만하던 등산로는 갑자기 깜깜절벽으로 이어진다.
밧줄에 의지한채 봉우리 한개를 후딱 넘어와 등산로가 아닌 길로 접어든다.
산허리를 타고 길없는 길을 게걸음으로 몇굽이 내려오다보면 다래덩굴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파릇파릇한 여린 다래순을 따기 시작한다.
산속엔 아무도 없다.
땅을 뒤덮고 있는 갈잎과 다래나무 그리고 산들바람만 느껴질 뿐 아주 고요하다.
다래순을 따던 손길은 갑자기 무서움증이 일기 시작한다.
발밑 수북히 쌓인 낙엽 덤불속에 뱀이 있을것만 같고 어디선가 멧돼지가 나타나 돌격해 올것 같은데
신랑은 여유작작 느긋히 다래순 따기에 여념이 없다.
신랑을 재촉하여 구르듯이 정신없이 내려오던 하산길은 등산로와 만나며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다.
산밑 차가운 계곡물에 손을 담그며 올려다 본 하늘은 어찌나 맑고 푸르던지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찾게되는 이 산골마을이 참으로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