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다니지마 "
" 안 다니면? "
" 내가 다 책임질거야. 당신 일 나가는거 나 싫어. 몸도 성치 안찮아 "
" 아니, 난 일을 할거야. 일을 하고싶어 "
" 만약... "
".... "
" 일을 계속하면 영원히 네게 안 돌아올수도 있어 "
그렇게 남편은 내게 위협아닌 위협을 해 대엇었다.
끊임없이 출근길을 방해하며 다시 살림만 하는 여자로 주저앉히고 싶어했다.
2월 마지막주에 을지병원에 간 나는 담당의사로부터 일을 그만두라는 명령을 받았고
눈도 이상이 있는듯 하니 정밀검사를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입안과 자궁의 근처까지 궤양은 여기저기 생겨나고
목근처 여기저기에도 울?불? 거칠은 자갈길마냥 마구잡이로 혹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몸...
걱정이야 물론 되었지만 사는게 우선이라 앙망구리마냥 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소변을 받고 피를 뽑고 안과에서는 이름도 알수없는 검사들을 해대었고...
다행히 별 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들어나는 몸의 상태로 보아
심한 혹사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있으니 무슨일을 하시는지는 몰라도 그만 쉬셔야겠다는
단호한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와야만 했었다.
그날...
남편도 함께 동행을 하였으니 귀가 있어 들었으리라.
서서히 나 역시도 지쳐가는 내 몸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내몸을 요위에 뉩히다 보면 나도몰래 아이구~ 신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저녁부터는 앞이 잘 보이지를 않아 전표의 숫자를 잘못보고
여기저기 음식이 바뀐것도 벌써 몇차례인데...
정말...일을 그만둘까?
돌아온다는 남편을, 생활에 책임을 진다는 남편을...다시한번 믿어볼까?
살아오는날들에서 단 한번도 남편은 무책임하지도 무능하지도 않았었는데...
남편의 강압보다는 지친 내몸을 좀 쉬이고 싶어 2 월 말일부로 난 식당일을 그만두었었다.
아직은 생활비가 통장에 들어있으니까...
남편에게서 생활비도 들어왔고 나 역시도 받은 월급이 있으니까...
그리고 돌아왔으니 다시 전처럼 그 액수를 채워줄테니까...
그렇게 해서 다시 난 예전처럼 전업주부로 돌아왔었고
가족을 위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세탁을 하고...
간간히는 친구들도 만나 수다도 떨고 쓴소주와 맥주도 한잔씩 나누고...
잠시나마 육체적으로는 여유롭고 한가로울수가 있었다.
일하러 다니는 시간만큼이나 집에서 노는데도 어김없이 시간은 가고...
아니, 지내놓고 보면 노는시간이 더욱빨리가는듯도 하다만
.
다시 남편이 우리에게 주는 월급날이 되었다.
집을 나가기전에는 매일 버는대로 내게 입금을 시켰었는데
집을 나가는 달부터 남편은 한달에 한번 날을 잡아 생활비를 주었었다.
3 월 바로그날...
저녁무렵에 어렵사리 난 남편에게 말을 해 본다.
" 나 돈...줘야지 "
" 응? 돈? 응. 그래 그래야지 "
엉거주춤 일어난 남편은 자신의 조끼주머니에서 만원짜리 지폐들을 꺼내어
하나두울세엣~ 침을 묻혀가며 돈들의 낱장을 세고있다.
" 자, 여기 "
얄팍한 두께라 선뜻 받지를 못하고 멀뚱히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자
남편은 손목으로 까닥까닥 쥐어진 돈을 흔들어보인다.
하나두울셋...열일곱.
뒤돌아 숫자를 헤아리던 나는 한참을 침묵한다.
" 이게... 다야? "
" 응. 그거밖에 못 벌었어. 나 돈없어 "
" 이돈으로... 십칠만원으로 날보고 한달을 살으라고? "
" 그럼 어떻하냐? 이 달에는 몸이아파 돈을 못 벌었는데 "
며칠을 감기로 인해 아파 누운것은 나도 인정한다.
아픈데...
사람이 몸이 아픈데 몸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한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아무런 대책도 약속도 없이 무조건 십칠만원의 돈만을 주며
일언반구 말 한마디 없는것은 도데체 날 보고 어쩌란 말인가?
아이 사격비도 주어야하는데.
쌀통에 쌀이 거의 떨어져 가는데.
아! 맞다. 엊그제 지하실에 내려갔을때 기름도 얼마남지 않았었지.
이달 받는돈에서 며칠후 닥아오는 큰집의 막내조카 결혼 축의금도 내야하는데...
화들짝
정신이 든다.
그렇지. 내가 이렇게 한가히 집안에서 살림만할때가 아니지.
아릿한 통증과 함께 해머로 머리를 호되게 맞은듯 현실이 바로 코 앞으로 닥쳐온다.
현관문을 밀고 대문을 따고 행길가로 나간나는 가슴하나가득
일간지들을 보듬고 종종걸음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