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은 이상도 하다.
시린 손을 호호 불어 얼어 버린 귀를 덮어 녹이던
그 매서운 추위가 갈수록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한 겨울에도 홑 교복으로 추위를 이겨내다가
여고에 진학하고서야 코트를 얻어 입었던
가난한 시절의 기억이 난다
여중 일 학년에 입학 할 때에 맞추어 입은 교복은
처음 에는 몸 따로, 옷 따로 돌아다닐 정도로
턱없이 컸지만....
커 가는 몸을 다 가려주지 못해서 옷의 기장도 모두 내었지만
상의 소매는 손 목 위로 올라가고
품도 작아지고
바지 역시 발목위로 껑충 올라 가버려서
겨울에 속내의 한 벌을 껴입기가 얼마나 불편했던지
단추가 견디지 못하고 쉬 떨어졌다.
그나마 언니가 있는 친구들은 물려받은
교복이 있어서
빨아 입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여유 분의 옷이 없어서
손때가 많이 묻은 까만 교복바지를
다려서 주름을 펴고
길이를 잡아당기고 늘여서 입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을 뿌려서 다림질할 때 수증기를 타고 올라오던
그 묵은 옷에서 나던 매캐한 냄새가 지금도 기억난다
여중 삼 학년
추웠던 그 어느 겨울날이 잊혀지지 않고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겨울방학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혹독하게 추운 겨울날이었다.
어릴 적 나의 집은 창호지를 입힌 방문 앞에
담요를 치고 겨울을 내던 흙벽을 한집이었는데
불길이 닿지 않은 윗목에
물그릇이 꽁꽁 얼어 버리는 날이면
그 날은 틀림없이 엄청나게 추운 날이었다
그 날도 껴입을 만큼의 옷을 힘들게 겹쳐 입고
등교 길에 나섰는데
불과 한 오분이 지나면서 얼굴이 얼어오고
귀가 아파 오면서 냉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눈 안에 저절로 눈물이 가득 고이면서
땅바닥이 일렁거리고 그 눈물마저 얼려 버릴 듯이
매섭게 부는 바람이 얼굴을 찢는 것처럼 혹독했다
더 이상 한 걸음도 뗄 수 없게
발이 얼어버려 무척 아팠다
아마 여유 없이 꼭 맞는 운동화에다
양말을 두 켤레 겹 신은 탓이었을 게다.
학교까지는 아직도 십 분을 더 걸어야 했는데
도저히 그 시간을 이겨 낼 자신이 사라지면서
걸음을 멈추고 아주 막막해진 기분으로
눈까지 올 듯이 흐린 하늘을 올려 다 보니
아주 높이 솔개가 빙빙 나르고 있었다
.....아 진짜 너무 춥다...다시 집으로 가고 말까...
.....저 새는 춥지도 않나....
....다른 애들도 이럴 때 결석을 할까?...
추운 날에도 먹이를 구하려 하늘을 나는
솔개를 올려다보며
울고 싶은 것을 참고 스스로를 달래며
한 이분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학교 방향으로
발을 떼며 뛰다시피 걸어서 등교를 했다.
교실에 피워져 있을 난로를 생각하며...
그리고
그 죽을 만큼 추운 고비를 넘기면
다시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이겨 낼만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고에 진학하면서 나에게 코트가 생기고
그 후로는 그 혹독한 추위를 느껴서 고생한 기억이 없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면 재벌이 된 셈이다.
풍족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그 시절이
떠오르니
나도 많이 나이를 먹은 게다.
그 추운날 하늘을 나르던 솔개가
왜 그리 나의 기억에 깊이 박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