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고 싶어
울다가 울다가 잠이 든
첫 날밤 이야기를 공개했으니
내친 김에 둘째 날 이야기도 털어 놓을랍니다
예식 올린 다음 날,
용인에서 허겁지겁 교회로 오니
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울산에서 올라 왔던 친구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서울에는 그야말로 아무 연고자가 없어
하룻밤을 내 다른 친구의 집에서 잤다고 하더라고요
- 가자! 나의 새 보금자리로! -
개선장군처럼
창신동 산꼭대기에 마련해 놓은
한옥 문간방으로 그를 데리고 왔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으니
재잘재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어느 새 저녁이 되고
종일 교회에 있었는지 어쨌는지 하여튼 신랑이 돌아오니
친구가 가겠다고 일어나려 했습니다
"지금 가면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니?
오늘 하루만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 응?"
한옥 문간방의 크기가 얼마만 하냐면요
한쪽 벽에서 반대 편 벽까지의 폭이
성인 세 명이 누우면 꽉 찹니다
이 손톱 만한 방에서
같이 자자고 친구를 붙드는
철없는 신부를 위해
신랑이 눈치 빠르게 말하더군요
"그러시지요
제가 오늘 밖에서 자고 올테니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내려가세요"
이게 왠 떡이냐 하고
친구랑 나는
엄마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바느질해 준
원앙금침 펴고는
마치 여고생인 냥,
호호 헤헤 새처럼 재잘대다가 새 이불 덮고
기분 좋게 잤다는 거 아닙니까
신랑이요?
결혼 전에 신학생 전도사님이랑 같이 자취를 했었는데요
그 집엘 찾아 갔데요.
교회 전도사님이시니
어제 결혼예식 올린 것,
오늘 아침 이 교회에서 예배 본 것까지 다 아는데
저녁에는 장가 간 새 신랑이 자취방으로 어슬렁어슬렁
잠자러 오는 해괴한 일까지 일어나니
입이 안 벌어질 수 있었겠어요?
우리 신랑,
땅이 꺼져라 한숨 쉬며
이렇게 말했대요
"색시가 나랑 같이 안 자겠다고 해서
나 ?겨났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