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구월에 절반도 후딱 지나가고
시월을 준비하며 어제는 철지난 구월에 바다를 찾았습니다.
여름내내 인파에 시달리던 바다는 가을에 스산함에
어쩜 지나간 여름을 그리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답니다.
스산한 바다위에 바다 새들의 움직임에 외로움이 스며나고
모래알 의 차가운 감촉에 지난 여름을 벌써 뒤돌아 봅니다.
문득 나는 이 가을날 사랑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람.
나를 다소곳하게 만들수 있는 사람
나를 생기 넘치게 만들어 줄수 있는 사람을 찾아 사랑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돌맞을 일이라는거
죽으려면 독사하고 키스는 못할까마는
어쨌든 그런 발칙한 상상을 하며 철지난 바닷가 도로옆 사고 방지턱위에 올라 앉아 가을날 쓸쓸한 바다에 정취를 느껴 보았답니다
지난 봄 꽃잎 흩날리던 어린 벛꽃 나무가 눈에 들어 와 가까히 나무밑으로 다가 가 나는 그 어린 벚꽃 나무를 툭툭 발로 차보았습니다.
그 벚꽃 나무는 해마다 자라나 늘 이자리에 서있겠지
내가 운동 하는 헬스 클럽 안에서도 정면으로 보이는 이 어린 벚꽃 나무가
내가 살아온 만큼의 나이가 된다면
나는 아마도 노파가 되어 있거나.
이세상 사람 이 아니거나
아님 사십대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이 바닷가를 다시 찾을 련지도 모르지요.
그때는 이 벚꽃 나무는 제법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나는 그 그늘 아래에 노파가 되어 바다를 바라 보며 어제의 구월에 바다를 찾아 오렴니다.
스산하고 썰렁한 바다와 어린 벚꽃 나무를 뒤로 한채
방파제 쪽으로 걸음을 옮겨 가니
울퉁 불퉁 방파제 바위 평평한 곳에서 친구인듯 한 남정네들이
바다를 보며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초고추장에 금방 잡아 회를 친듯한 막썰은 회 한사라에 두어병의 소주..이미 마셔버린 빈소주병이 바위위에 쓰러져 황량한 철지난 바다의 스산함을 한층 더하고
쓰러진 소주병에서 나 소녀적 '"목마와 숙녀'"란 시를 처음 접하고 오는 그 어떤 파르르한 떨림이 느꼈던 소녀시절이 회상 되었습니다.
오래된 친구인냥 소주잔을 박치기 하는 방파제 위에 남정네들의 그 뒤에는 쓸쓸한 바다와 가을날 저녁 노을이
소주위에 붉게 물들여져 소주가 아닌 환타 같단 생각이 스치고 곧 내릴 옅은 어둠을 뒤로 하고 하루 일과중 맨 마지막 코스인 헬스 클럽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니.
후끈 한 열기와 낮익은 얼굴들이 눈으로들 인사를 합니다.
조금전 철지난 바다는 어둠속에 자취를 감추고
내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화려한 간판들이 오색의 불을 밝히고
퇴근 하는 자동차들의 분주함속에 어제도 하루해가 그렇게 저물어 갔습니다.
어제는 대충대충 운동을 끝내고 헬스클럽 마지막 계단을 밟고 나오는데
훅..한줄기 외로운 바닷 바람이 내 빈가슴을 휘젓고 쏜살같이 사라지고
또다시 나는 열정적은 아니지만 은은한 사랑을 꿈꾸는 발칙한 생각이 드는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구월보다 더 스산하고 쓸쓸한 시월이 오며는
넓은호수가 있고 개복숭아 나무가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도토리 국수가 일품인 ""소소원""에서 나를 아껴주고 내가 아끼는 친구들과 마흔 네번째의 시월을 보내렵니다.
시월이 오며는...
그리고 내년에도 후년에도 내가 꼬부랑 노파가되어도.
어제 꿈꾸었던 그런 사랑을 꿈꾸는 결코 감정이 메마르지 않은 탄력적인 그런 여자로 늙어 가고싶습니다..실현 불가능한 꿈이지만 ...상상 하는 죄도 죄 가 되겠지만.
님들이 입 다물어 주신다면....
나쁜 상상을 한죄 완전범죄로 미궁에 빠지 겟지요..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