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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BY 기억 상실증 2003-09-16

며칠전 아들놈이

"엄마 폰이 다 됐는데 하나 사 줄 생각 없어요?"

"그등학교 졸업 할때 까지 써라"

인상을 찡그리며

"요즘 나 처럼 흑백 폰 쓰는 애들이 어딨어요?"

"그럼 성적 올리면 바꿔 줄께"

그랬더니, 군시렁 군시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냐'

우리가 배우는 수학 과학이 살아가는데 쓰이는 것도 아닌데'

내 혈압이 있는대로 오르고 드디어 인내심은 한계를 드러 냈다.

"야, 임마

그래,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그치만 인생의 기초 공사야.

너 기초 안놓고 집 지을수 있어?

그런 집은 부실공사라 금방 부서져."

얼마나 목소리가 컷던지 방에서 잠자던 남편이 뛰어 나왔다.

내가 화 나 있는걸 보더니 암말 없이 내옆에 와 앉고

아들놈은 몇마디 대꾸 하더니 샤워 한다고 들어가 버렸다.

나올때까지 화가 풀리지 않아 요놈을 어떻게 혼낼지 머릴 굴리고 있었다.

샤워 끝나고 나오는 아들을

"너 이리와봐. 아까 한말 새로 해봐"

"엄마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 안나오면 공부 안했다고 생각 하잖아요?"

기가 막힌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여기서 지면 안되지 하면 반격.

"너 언제 한번 정말 열심히 하는모습 보여 준적 있어?

너 시험 성적만 나오면 맨날 그러지

'공부안해서그래, 담에 열심히 할께'

그소리 10년째 듣고 사는데 엄마가 언제 1등 하라고 했어?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 주라고 했지?"

그랬더니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흐른다.

"뭐 잘했다고 울어.

엄마는 아빠가 너  성적표 받아와도 매 안드는게 젤 불만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아빠가 날 때려 주면 좀더 공부 할생각을  했을텐데"

의외의 대답에 남편이랑 나는 할말을 잃었다.

가만 있던 남편의 한마디

"아빠는 널 믿기 때문에 기회를 준거다"

아들은 계속 눈물만 흘리고 나도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그래 네가 잘못한게 아니다.

엄마가 잘못했다. 너 학교갔다 올때 간식도 제대로 안해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서"

"엄마가 뭐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지."

"씻고 들어가서 자라 "

뒤돌아 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쿳션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남편을 방에 들여 보내고 한참을 거실에 앉아 울고 있었다.

한 20분이나 지났을까?

계속해서 아이 방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고 들어 갔더니 베개가 젖도록 울고 있는게 아닌가?

"왜 울어?'

"엄마 한테 미안해서"

더 크게 운다.

아들을 꼭 끌어안고

"너무 많이 울지 마라. 낼 머리 아프다."

고개를 끄덕이며 품을 파고 든다.

17살이 되도록 엄마 가슴을 더듬는 아기다.

아들을 재워놓고 거실로 나와, 한참을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했는데

아무것도 보여준게 없다.

다 내 잘못이다

자책과 후회와 안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 왔다.

한참을 앉아 있다 방에 들어갔더니

남편은 말없이 안아준다.

그렇게 그밤은 깊어가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밤이었다.

아들아 좀더 힘내다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