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하고 이뻤던 여중과는 달리 우리들이 입학한 여고는 아주 오랜 전통을 보여주듯
교정부터 무직하게 우리들을 압도했다.
교실은 너무 많이 낡아 복도를 걸어 갈때면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도 났었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마치 숲속처럼 우리들의 쉼터의 그늘을 제공했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지나갔던 선배님들의 손길에 복도 나무바닥은 암갈색을 띠며
반짝반짝 윤기를 내고 있었고 가사실의 그릇들은 대갓집의 주방을 본듯 세월을 얘기하고
있었다. 봄이면 새하얀 목련이 뒤뜰 연못가에 주류를 이루어 우리들은 앞다투어
점심시간과 방과후 시간에 짬을내어 우리학교 전속 카메라맨.. 키는 멀대처럼 크고
주변머리가 좀 없어 보이는 키다리 사진사 아저씨 앞에서 미스 롯데.. 여학생 잡지 표지
모델을 떠올리며 꼭 그렇게 예쁘게 예쁘게 찍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열심히 연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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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우리들은 전통을 자랑하는 여고를 택한만큼 새벽녘에 발딱발딱 일어나야 했었고
만원 시외버스에 시달리는 통학을 했었다.
우리들은 어지간하면 6시 18분 첫차를 고집했었다.
얼마나 공부를 잘할것 같은 계획이 대단한듯...그리고 또 다른 속셈은 되도록이면
학교가는 시간에나마 우리들의 시간을 갖고 싶었고 차안에서 조잘대며 가기란
사람이 별로 없는 첫차가 안성마춤이었다.
조금 늦은 차를 타게 되면 문을 못닫힐정도로 미어 터지는 버스안의 횡포(?)에
시달려야 했기때문이다.
그 차안은 한마디로 콩나물시루 그자체였다. 그 옛날시절을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피식~나오지만 어렵고 보기싫은 남학생과 몸을 맞대다시피하고 장시간의 등교길에
오른날이면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었다.
내가 마음이 가는 오빠 옆에나 서서 갈때면 다행이지만.. 괜히 실실거리고 이상 야릇한
눈빛으로 추파를 보내는 그런 남학생과 같은버스를 타는날엔 이틀이고 사흘이고
코웃음을 쳐대며 입방아를 찧어댔고 킬킬거리며 빈정거리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진땀이 삐질삐질나고 쾌쾌한 버스기름냄새속에도 곳곳에선 사랑의 내음이
라일락 향기..장미빛 스파크로 팡팡거리며 터지고 피어났다.
우리들의 6총사중 희숙이, 경진이도 그때쯤 첫사랑의 향기를 뿜어내 우리들은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하기도하고 이유없는 투정과 시샘을 부리기도 했었다.
각종 유우머와 넋두리로 차비를 깍아 보려는 미란이 옆에서 우리들은 항상 요행을
바라고 같이 부추겼고 일주일중 공휴일이 껴서 용케 차비가 남는날엔 우리들은
여지없이 버스장류장에서 얼마 안떨어진 시장 골목의 튀김집으로 향하였다.
항상 바라만보고 침을 꼴깍 삼키고 지나다니던 때와는 달리 우리들은 그날만큼은
의기 당당하게 고소한 기름향을 맡으며 잡채튀김 오징어 튀김을 시켜 먹었다.
아~~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은 그맛을 잊을수가 없어... 가끔은 이야기로 튀김을 만들어 상상으로 먹곤한다.
그러는 중에 우리집은 우환이 겹쳐 엄청난 태풍 같은 소용돌이에 가세가 기울어 가고..
그래도 내게는 이 6총사란 친구들이 있기에 히죽히죽 웃어가며
비운의 여고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아!!!...사랑스럽고 살가운 그녀들~~
그녀들은 알듯 모를듯 살곰살곰 내피붙이처럼 되어가고 있었고...수십여년동안을
싸우기도.. 삐지기도.. 하며 탱탱하고 통통거리며 정다움을 노래했다.
나이팅게일처럼 정의롭고 순수한 하이얀 천사!.. 간호사가 되자고...그러기위해서는
아름다움을 지닐 종교가 필요하다고 모두다 천주교를 다니기로 했다.
멕시코 출신 요한 신부님으로부터 일요일이면 교리를 받았고 시험이 있는날이면
책상아래에다 노우트를 펴 놓고 간 크게도 킥킥거리며 컨닝으로 당당히 대답했다.
신부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표정을 하셨고 우리들은 더더욱 신이나서 신부님의
더듬거리는 한국 말솜씨를 놀려가며 깔깔거리기까지 했었다.
계속 눈을 똥그랗게 뜨시며 양손을 펼치시는 신부님을 우리들은 급기야 흉내내기에
이르렀다.
참~ 지금 생각하면 철딱서니 없는 여학생들이라고 우리가 우리를 보고 어이없어 한다.
신부님이 그것을 모르셨을리 없고 그래도 그바쁘다는 여고시절에 종교를 갖겠다고 온게
귀엽기도 하고 신통하셔서 눈 감아주셨으리라 여겨진다.
우리의 속셈은 쪼금은 대학진학에 보탬도 되고.. 또 언니,오빠들에게 어리광도 피며
놀아 볼 깊은 내막이 자리잡고 있었던것????...
하여간 우리들은 중간에 혜옥이만 탈락을 하고 고3 부활절에 모두 영세를 받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