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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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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신엄마에게 (3)


BY 녹차향기 2002-07-10

정말 어떤 말로 내 가슴을 털어버려야 할 지 난감하기 짝이 없는 밤이야.
한바탕 울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좋을텐데, 쉽게 눈물도 나오지 않을 셈인 것 같아.
그저 가슴 한구석에다 커다란 바윗덩어리라도 갖다가 박아놓은 양 묵직하고 숨쉬기가 불편해지는게....
오늘 병원에서 현신엄마를 만났을 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 현실때문에 그저 아연실색하고 말았을 뿐이야.

현신엄마,
이제 얼굴의 반쪽은 완전히 부어서 눈이 보이지도 않더라.
그 생글생글 귀여움과 생기가 넘치던 눈빛이 전혀 보이지도 않더라구.
지난 일요일날 많이 아팠다는 말이 그토록 생사를 오가는 아픔이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어.
피를 한참 토해냈고, 피 설사를 일곱,여덟번이나 해댔다는 말을 들을때 무슨 의학관련 다큐멘타리라도 듣는 느낌이었지, 난 믿을 수가 없었다구.

요즘 암이 너무나 흔해서, 그래 이 집 저 집 뒤져보면 일가친척중 한,둘은 암에 걸렸다는 것이 전부 남의 일인줄만 알았거든.
미안해....
그동안 더 잘 해 주지 못하고, 그동안 더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서 미안해.
그 이쁘고 고왔던 얼굴이 그 지졍이 되도록 아무것 해 주지 못해 미안해.
반찬 한번 맛깔스럽게 담아다 주지 못해 미안해.
다 미안해.
하나님께서 유독 착하고 순수한 현신엄마만 너무너무 사랑해 너무 사랑해 먼저 데려가려고 재촉하는거 아니냐고 얘기할 때 눈 꼬옥 감고 듣고 있던 현신엄마.
많이 힘들지?

함께간 울 남편도 상상 밖에 너무 변한 현신엄마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나을 수 있다고 얘기 해주면 안될까?
누군가, 어떤 의사가 다시 고칠 수 있다고 확신이라도 심어주면 안될까?
이대로 맥없이 주저앉아 현신엄마 가는 길을 그저 바라만 보라고 하면 우리는 어떡해?

내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라주고 믿어주었던 현신엄마,
내가 씽크대 바꿀 때 무조건 같은 거 따라한다고 하였고, 그래서 둘이 해서 더 싸게 좋은 거 했었잖아.
내가 세탁기 산다고 했을 때 무조건 같은 거 산다고 해서 둘이 함께 용산전자상가 돌아다녀 새 세탁기 들여왔을 때, 아이들처럼 기뻤던 거,
애들 공부 가르쳐주는 거 고맙다고 이쁘게 십자수로 나무 그림이 펼쳐져 있는 벽시계를 수놓아서 갖다 주고,
노오란 장미와 빠알간 장미 두 개 십자수로 정성껏 수를 놓아 집에 걸어두라고 해 왔던 그 아름다운 마음씨를 어떻게 잊을까?

현신아빠말씀이 애들 방학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그때까지만 살아있어달라고 기도한다고 하시던데.......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어.
나 지금 사실 맥주 마시고 글 쓰는거야.
맨정신으로 있기가 너무 괴로워서 마셨다.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다가도 현신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변한 그 모습이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솟구친단 말이야.
아프지 말라고, 그토록 마음을 독하게 먹고 버티라고 했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죽음너머의 세상을 건너다 보고 있느냔 말이야.

용기를 내.
제발 힘을 내고, 제발 다시 살아야겠다고 독하게 마음 좀 먹어봐.
그리고 현신엄마가 강하게 믿는 그 하나님께 간절하게 울며 불며 매달려봐. 세상에 아직 남아 거둬야 할 어린 두 딸이 있으니, 사랑하는 남편과 좀 더 살아야겠으니 조금만 연기해달라고 빌고, 투정하고, 생떼를 쓰란 말이야.
애들 방학때 함께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자.
가서 그간 밀렸던 얘기도 마저 나누고, 못다한 우정도 나눠보자고.

아직은 아니야.
조금 더, 조금 더 버티고 있어.
섬유종, 근육의 섬유질을 따라서 옮아간다는 아주 희귀한 암이라는 그 암을 이겨내서 학회에 보고가 되고, 기적적인 삶이란 꼬리표를 달아봐.
힘내자구.
함께 힘을 내 보자구.
우린 해낼 수 있어.
현신엄마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현신아빠를 봐서라두, 어리고 사랑스런 두 딸을 봐서라두 현신엄마는 더 이겨내야 해.

지금쯤 병원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기를 바래.
더 건강한 모습으로, 며칠 뒤 다시 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정말 너무 가슴이 아파 오늘 밤은 편안히 눈을 붙이지 못할 것 같아.
좋은 밤이기를 바라며.



2002. 7. 9. (화) 새벽 1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