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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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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언덕에 서서


BY 최명숙 2003-08-21

여자나이 47은 미즈도 아닌 완전 아줌마로 취급된다.

내깐엔 미즈처럼 차려 입고 고궁을 남편과 분위기를 잡으며 걷다가 창덕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우아하게 바라다보는데 어디선가 '아줌마,  사진좀 찍게 비켜주세요'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래 비켜버렸던 순간, 나의 착각은 여지없이 나를 현실로 내팽개쳐 데려다 주었다.

맞지, 맞아. 아줌마 중에서도 중늙은이로 분류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

집에 돌아와선 아이들의 대화를 두세마디를 연달아 이어가기 어렵고, 지쳐있는 남편에겐 마누라는 항상 귀챦은 존재이니, 오로지 내 차지는 치매에 걸려 내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없이 반복하여 묻고 되묻는 일상의 시어머니 뿐이구나.

 

한때 나도 잘 나가는 인기녀였고 키 165, 요즘의 쭈쭈빵빵이 부럽지 않을 만큼의 미모이고,내가 하려고만 하면 누구나 손을 뻗쳐 도와주려 애쓰는 총각들이 줄 섰섰는데....

내 청춘을 다 어디로 스며들고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주착없는 흰머리와 잔주름이  관록으로  남으려고 기를 쓴다.

 

순간순간이 두렵고 무섭다.

이러다 그냥 늙어 죽는것인가 하고....

 

치매노인은 또 오셔서 오늘이 며칠이며 추우니까 내복과 장갑을 찾아 달라신다.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계시던 나의 흉거리가 치매때문에 자재력을 잃으신 탓인지 면전에서 온갖 소리를 다 하신다.

서러움과 배신감과 한심함이 수없이 교차되고 눈물로 밥대신 삼키지만,

나에겐 특별한 해결 방법이 없다.

나의 이 기분을 알아 챈 남편이 꼬셔서 간곳이 창덕궁이 었는데 그만 기분이 영....

 

매일 아침 일어나 아침해를 바라보면 새로운 각오를 했다.

오늘은 가족에게 즐거운 기분으로 대화를 갖자.

오늘은 어머니께 가능한한 싫은 내색을 보이지 말자.라고

성공률? 30%?나 될까

 

하지만 또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뜨면

난 이 어리석은 나만의 계획을 또 세우고 있으리라.

그래야 하루를 지탱할 에네지를 모을 수 있느니까...

 

장마때도 아닌데 비는 종일토록 오락가락 귀챦다.

그 사이 우는 매미는 또 무슨 심사로 우는것인지.

 

나를 추슬르는 사이에 점심때가 훌쩍 지났버렸네

아고. 노인양반 시장하시다고 소리지를 때 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