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바쁘게 돌아치는 큰애와,
정말 모처럼 미장원엘 같이 갔다. -그앤 1년 만에 미장원에 가는거라니
바쁘긴 바쁜아이다- 번듯한 애인이 있지만,
그앤 데이트 할 시간도 없는 아이다.평일에는 과사 조교 하랴, 번역일
하랴, 주말과 휴일에는 학원 강사 하랴, 제대로 먹고나 사는지 모를 때가
많다. 잠도 많이 못자고,,,,
그래도 감사한건 건강 하나는 타고 나서 그앤 늘 생기에 넘친다.
엄마의 욕심으로,더 예쁜딸을 원하지만,
문제는 멋내는 일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보니 갈수록 관심이 없어진다.
모양내는데 관심이 많은난, 항상 잔소리를 한다.
예쁘게 하고 다녀라, 잘 씻어라, 어째라,저째라, 물론 들은체도 않한다
머리가 너무 길어서 묶고 다녀도 부담이 되는것 같아 미장원에 가자고
내가 빌고 빌어 오늘 시간을 냈다.
우리 딸 같아서야 미장원 밥먹고 살겠나 원~
딸애 곱창으로 머리를 묶고 들어서는 날보더니 원장은 놀랐다는듯이
눈이 둥그레졌다. 그렇게 머리가 길었던적은 그미장원에 다닌후로 몇번
되지 않으니까, 내모습이 아주 생소 했나보다.
분위기 나게 멋진 웨이브를 살린 긴 머리를 해보겠다고 많이 길렀던
머리를 오늘 자르고 삐침 머리파마를 해버렸다.
분위기 있는 여인~
그것에 대한 미련은 버리기로 했다.
왜?
이유는 많다. 계속 속에서 비어져 나오는 흰머리 때문에 한달을 못
넘기고 속머리를 염색을 해야 하는게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어중간한 머리를 묶고 다니니까 신경써서 차려입어도
영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 망가진 몸매 때문인가도 생각했지만,
역시 키가 작은 아줌마는 짧은 머리가 어울리는것 같다.
15년이 넘도록 다닌 미장원원장은 익숙해서 인지 그런대로 내모습을
찾아 주었다.
멋낼줄 모르는 딸아이도 돈이 드는 매직을 예쁘게 하고.........
우리 모녀는 헤어맛사지 크림까지 선물로 받고 -감자랑 떡도 얻어 먹었구나-
우리 모습에 만족해서 미장원을 나섰다. 강남 한복판에 있어도
내가 처음에 다닐때만 해도 미장원 환경이 별로 이더니 이젠 제법
쾌적한 환경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세딸을 유학을 보낼정도로 열심히
사는 원장 아줌마가 보기가 좋다.
말수도 없고 변함없고..... 역시 단골이라는게 좋은거다 그래서 멀어도
오게 되는것 같다.
딸아이와 난, 그애가 이제까지 살면서,정이든 도곡동의 단골 떡볶이
아줌마를 찾아갔다.
. 내가 이사를 한후로 한번 가야지라고 늘 별르다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자주 갔던 아줌마의 포장마차 떡볶이집은
재건축 아파트공사장에 면해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북적이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단골손님이 많아서 그냥 그자리에 있노라고 했다.
사실 다른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은 형편이었다.
도곡동은 온통 재건축으로 살벌한 모습이었다.
어찌나 반가워 하던지.......
하늘같이 뛰어버린 아파트 값이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낯설기만 하다고
말을 하면서, 진달래나 개나리를왜 팔고 갔느냐고 나무라셨다.
"사람이 앞을 내다 볼줄 알면 부자로 못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부자가 될 사람이 아닌모양이예요. 그래도 이곳에서 신혼때부터
살면서 아이들 잘 길러 좋은 상급학교 진학 시키고, 온가족이 건강하게
지금까지 잘 살면 됐죠뭐. 지금 집도 새아파트라서 깨끗하고 넓고
좋아요. 동네도 생각했던것보다 살기가 편해요. 물가도 싸고,....."
"맞어 엄마 같은 생각이 옳아, 그래도 섭섭하지?"
그간의 우리 집일을 시시콜콜 다 얘길 할 수는 없고,......
아줌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에 딸아이는 떡볶이 한접시를
뚝딱비웠다. 튀김이랑 순대까지.
"우~ 맛있다!" 역시 아줌마 떡볶이가 최고야!" 아줌마 얼굴에 흐믓한
미소가 흘렀다. 세브란스 병원으로 아직도 배달을 많이 한다고 하셨다
20년을 그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니.....
이젠 자녀들 모두 대학교육 시켜 결혼까지 시켰다는 아줌마는 이젠
사는데 큰 걱정이 없노라고 했다. 돈 버는데 크게 욕심 안내도 살만
하다고. 오늘은 열심히 사는 또순이 엄마들만 만나는 날인가보다.
주위엔 성실하고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가끔 인연이 닿아 만나는 사람들인데도....
또언제볼까를 연발하며, 돈도 내지말라던 아줌마를 뒤로하고, 우린
월마트를 들러 장을 봤다. 집앞에 있어서 매일 장을 보던 곳!
1년 반의 세월이 꼬리를 달았다. 시간은 어찌 그리도 빨리 가는지.....
시원스런 넓은 매장이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봉천동의 아기자기한 시골장 같은 분위기도 얼마나 정겨운데....
딸아이의 조잘거림을 귓등으로 들으며,
집으로 오는 찻속에서 깊은 상념으로 빠진다.
산다는건 조금의 생각 차이로 행복과 또 그반대편으로 오락가락 하는
거라는걸.............
한결 예뻐진 딸애를 보니 조금은 행복해진다.
작은 행복........^_^.
,
그래, 행복은 먼데 있는게 아냐.
잘생기고 멋진 아빠! 똑똑하고 피부가 좋은 큰딸! 늘씬하고 멋쟁이인
둘째딸! 듬직하고 속이 깊은 잘생긴 아들! 귀여운 강아지 자로!
40평이 훨씬 넘는 집! 큰차! 가장 중요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건강!
아니,아니,
서로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가족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