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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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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BY mist12 2002-03-15

동생과 싸우거나 뭔가 잘못을 했다고 스스로 느껴 혼날 각오로 마음을 다잡아도 엄마의 잔소리와 회초리가 무서워 밖에서 빙빙 돌며 집을 향해 그리움을 태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따끈한 저녁상이 그립고 불켜진 방안의 훈기가 너무도 생각나 문밖에서 아님 집안 모퉁이 어느캄캄한 구석에서 초초하게 시간을 기다리며
엄마의 화가 풀리기를 기다렸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낮에 화가 났다가도 대부분 밤이 되면 화가 플린다
그러나 낮에 화내던 어른이 무서워 밤이 되어도 집에 오지 않으면 반대로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나 가족은 초초해지다 못해 걱정으로 날밤을 샌다
어렸을적 심하게 야단맞을 일이 겁나 넓은 집안에서 적당한 곳에 은신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구들과 반침이 놓여진 아래는 공간이 텅하게 비어있고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면 몸을 숨기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깊숙히 엉금엉금 기어가 숨으면 정말 캄캄해서 보이지도 않았다
가끔식 쥐들이 구멍으로 들낙날낙 했지만 술래가 되기 싫어 꼭 숨어 있곤 했다
그곳에서 나는 꾸중에 겁나 은밀히 숨어서 집안 동정을 살폈다 혹시 엄마가 이곳까지 뒤지려 오면 어떡하나 잡히면 어떡하나 초조해 하면서도 꼼짝않고 답답한 곳에 납작 엎드려 있었고 시간이 흐르고 어두워져서 찾는소리에 아랑곳 없이 단잠에 빠져 있었고 쥐들은 아무 눈치도 보지않고 마음대로 돌아 다녔다
밤이 되어서야 아이가 집안에도 친구집에도 없다는걸 알고
식구들이 총동원되어 부르며 돌아 다녔고 맛나게 먹어야할 저녁상은 엉망이 되었고 손전등을 켜고 대숲이며 헛간을 뒤지다가 결국 마루밑
나만의 은신처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혼날까봐 잔뜩 주눅이 들어 있던 아이에게 뜻밖에도 다정하게 대하고 씻기며 밥을 먹으라고 챙긴다면 부모의 회초리 보다 무서운 고압적 분위기 보다 반성의 효과는 백배 더하였던 것 같다

그당시 시골은 앞마당도 있고 뒷마당도 있고 헛간이며 마루며 별채며 숨을 곳이 많았다 숨바꼭질이 굳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화낼일이 있다거나 벌받을 일이 있거나 하면 넓은곳에 몸을 숨기곤했다


그러나 요즘은 숨을 곳이 없다
도시에서야 기껏해야 숨어 보았자 화장실이거나 자기방 뿐이다
것도 열쇠가 있어 열어버리면 그만이고 열어서 없으면 침대밑을 뒤지면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집안에서의 숨바꼭질은 한편으론 다행이면서 승부는 술래가 이긴다는거다
혹시 승부를 하기위해 아이를 혼내기 위해 밖으로 내몬다면 정말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집안에서 술래잡기는 서로의 애정이 배여있지만
밖으로 나간 아이를 찾아내기란 어렵다는 거다
이것이 도시와 시골의 주택의 차이이고 요즘의 생활구조와 도시의 미로이다
아이는 혼날꺼리를 만들면서도 혼나는 걱정보다 혼낼꺼리를 만드는게 재미있다 그래서 알면서 하는 걱정스런 일은 부모를 애타게 하는 이유보다 부모와 술래 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심보인지 모른다

자꾸 숨는 사람만 되지 말고 한번쯤 술래가 되보는 연습을 시켜보자
하루 이틀 계속 찾게하고 기다리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