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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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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서 내가 행복한지 모르는 나


BY 수잔 2000-10-27

인간은 불행하다고 느낄때는 자신에 인생이 드라마와 같고 소설로 쓰면 두터운 책 한권은 엮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행복할때는 무엇인가를 더 갈망하고 제자리인듯하여 안절부절 못한다.
나 또한 그랬다.

결혼전 방황의 시절이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친척집에 하숙비 못 줘서 쫓겨날때, 쌍둥이 자매의 지하 셋방에 옆으로 간신히 누워 잠을 청할때, 다니던 회사 형편이 어려워 월급 못타 현금서비스 받으며 못 메꿔서 힘겨워할때, 짝사랑하던 사람이 떠날때, 이런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며 울때...
난 불행 그 자체의 깊은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었었다.
그렇게 그렇게 살며 나의 인생을 한탄하며 내 인생이 좋은 소설거리가 될것 같아서 원고지도 뒤적거려 봤다.
이제 서른을 넘겨 두 아이에 엄마가 되고 한 남자에 아내가 되어 나보다 못한 이들을 걱정하며 여유를 부려보니 발전하지 못하고 아줌마가 되어 있는 나를 한심거리로 생각했다.

그러다 또다시 불행해졌다.
언제나 즐겁게 부부금실 좋기로 유명한 우리부부가 사소한 오해로 심하게 다퉜던 것이다.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정리하던 중에 나는 문득 내가 무척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남편, 건강한 두 아들, 즐거운 우리집... 여유있는 생활.
갑자기 이 모든걸 잃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나의 어리석음에 한심하고 괴로워했다.
심하게 고민하던 나는 신경성으로 응급실까지 가는 일이 생겼고 나의 남편은 나의 병실로 달려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아껴주는 사람. 나를 걱정하며 숨가쁘게 달려오는 사람...

나는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이제 또다시 행복해지니 내 소설책엔 아무것도 쓸게 없어졌다.
그저 언제까지나 남이 만들어 놓은 TV속에 드라마를 즐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