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은 인형이다.
어린날...
나는 인형을 참으로 여러개 가졌는데...
당시 유행하던 바비 인형이나..
양배추 인형 같은 고가이거나.. 부수적인 소품이 많이 딸리는 인형들은 가지지 못하였다..
그리고..
종이 인형들도,..
집을 어질른다는 이유로 아빠에게 들켜 폐기처분되는 아픔을 겪곤 했다...
내가 용돈을 아껴 먹고 싶은 것을 안 먹고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산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네 집으로 가면.... 항상 바비 인형과..방을 꽉 채울만큼 큰 인형 집, 그리고 인형들의 옷가지들이 한 방 가득 널려 있었고.. 그런 진귀한 물건들은 나의 정신을 앗아가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인형임에도 불구하고 생일까지 있고...
매년 생일마다 카드가 오고.. 생일 잔치를 해 주어야 한다는.. 못생긴것이 특징이라는 양배추 인형의 광고가 티부이에서 흘러 나올때도 나는 침만 삼키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형 가운데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할머니가 사주신.. E.T인형이었다.
그것은.. 인형집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형의 옷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흉물스러워 보이는 인형이었지만.. 백화점 가판대에서 수북히 쌓여있는 인형 하나를 주워 내 옆구리에 찔러주고 3000원이라는 값을 치루었던 할머니와의 추억을 생각하면...새삼 향수에 젖는다...
그날부로.. 나는 잘 때도 그 인형을 꼭 껴안고 잤으며.. 언젠가 나에게도 다른 혹성에서 온 외계인이 나타나.. 나의 무료한 일상을 쌈빡하게 변신시켜줄 것이라는 기대에 젖곤 하였다....
이런 인형에 대한 향수로...
나는 오늘날.. 이렇게.. 인형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결혼과 더불어... 세상 어느것과도 바꿀수 없는 아름다운 인형이 하나 생겼다..
그 인형은 똥도 싸고... 밥도 먹고.. 나를 보고 엄마아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고 보채고, 전화라도 할라치며 발밑으로 와 발가락을 빨며 나를 못살게 구는 성가신 인형이다...
하지만.. 이 인형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갖게된 가장 진귀하고 값진 인형이며.. 내가 평생토록 싫증내지 않고 귀여워 할 그런 인형이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나의 첫 퀼트 작품..노란색 뽀글머리에 남색 앞치마.. 붉은 치마와 초록색 속바지를 입은..게다가 빨간색 신발까지 신은 인형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