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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다시 살기.


BY 올리브 2003-08-04

언제부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아무 느낌없이 살았던게 맘 한구석에 자꾸 쌓여가는게 싫어서

여자로 다시 살아가자고 했다..

 

언제부턴지 기다리는거에 익숙해지는 내가 싫어서 밀어내기로 해놓고도

자꾸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양새가 싫었다..

그러다 다시 예전의 습관들이 날 따라다니는걸 알았다..

 

끈끈한 여름이 싫어서 어디로든 도망다녀야 살수 있을것 같았는데 자꾸 밀려서

나한테 무섭게 다가오는 그리움이 두려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만져간다는 어설픈 내 상상이

밉고 힘겹지만 지금 내가 싸우고 있는 숫자에 대한 빈곤을 배우느라 좀 버거운

여름이다..

 

아마도 지금의 나처럼 빼빼마른 겨울바람이라도 불어댄다면 그땐 더 힘겹지

않았을까 하는 안도를 찍어내는게 그나마 위로되는 요즘..

 

잃었던게 뭔지 얻고자 했던게 뭔지 헷갈려서 가끔 고개 젓고 주위를 휘둘러보는

못난 습관도 생겼다.. 다 .. 부질없고 기막힌 버팀이고 미련덩어리 인것을...

 

이제서야 가슴에 부벼대는 못남을 내가 아직은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묻어두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살수가 있을것 같았다..

 

늘 그랬었던 그리움을 일부러 버리지 않을 작정도 했다..

가슴에 담아두기가 벅찬 하루도 이젠 사랑하기로 했다..

내 결정이 아직은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내 맘을 덮어버리고 다시 여자로

살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서 그러자고 했다..

 

내 맘에 가둬두고 살아야 할 못난 절망을 내것으로 하기까지 걸린 이 아까운

시간을 이젠 버려두지 않기로 했다.. 그곳에 내가 아직은 있어야 했고 그래서

늘 여자로 다시 산다는건 행복이란걸 알고 싶어서..

 

여자로 다시 사는거 ...

 

나에 대한 사랑이란걸 이제서야 알았다니 나도 엄청 바보스런 여자 였었다는게

부끄럽고 기막혔다 ..그리고. .미안해서 고개가 엄청 숙여지는 지루한 여름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 여름이 끝나갈때면 조금은 내가 원했던 여자로 사느라 바빠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모처럼 웃었다..

 

아주 모처럼 웃어줬다..

아무도 모르게..